법안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의원직 총사퇴 등
모든 수단 강구 저지 방침이나
강행처리 막을 대책 없어 ‘막막’
당내 일각서 협상 필요성 거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서 자유한국당이 저지 전략을 마련하느라 고심중이다. 하지만 한국당 자체의 힘만으로 저지할 만한 묘책이 없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당내에서는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자는 주장, 법안이 강행 처리될 경우 의원직 총사퇴, 총선 거부를 하자는 주장 등이 제기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방안들이 모두 패스트트랙 법안을 근본적으로 저지하는 방안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실을 인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연계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선의원인 강석호(영양·영덕·울진·봉화)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한국당을 ‘패싱’하거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경우는 저희도 필리버스터, 의원직 총사퇴 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 역시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의원직 총사퇴 비롯한 집단행동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2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의에 반하는 제도인데 그것까지 강행 처리하면 우리는 총선을 거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총선 거부를 거론한 바 있다.

4선의원인 주호영(대구수성을) 의원은 BBS불교방송과 인터뷰에서 “전원 단식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 의원직 총사퇴, 총선 보이콧 등 단계별 투쟁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염두에 두고 있는 필리버스터, 즉 무제한 토론의 경우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는 분명하나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면 종료된다. 이어 임시국회가 열리면 법안이 표결에 부쳐지기 때문에 저지전략이라기보다는 시간을 버는 수단에 불과하다.

의원직 총사퇴 주장은 헌법상 국회의원 수가 200명 아래로 내려가면 의회가 해산되고 조기 총선을 치른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국회법상 ‘국회의원 사직’은 본회의에서 과반 찬성으로 가결해야 하고, 회기가 아닐 때는 국회의장 결재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당 자력으로는 의원직 총사퇴를 하려해도 실행이 어렵다. 홍 전 대표의 주장처럼 총선 거부를 하자는 주장도 실행에는 문제가 있다. 그대로 실행할 경우 21대 국회를 여권에 고스란히 내주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검토되고 있는 저지전략이 모두 한계가 있는 만큼 당내에서는 강행 처리를 막을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공수처법에 합의하되 선거법은 폐기하는 식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울어진 운동장이자 한마디로 불법으로, 한쪽이 협박의 칼 들고 있는 만큼 협상의 전제 조건은 패스트트랙을 철회하라는 것”이라고 ‘선 패스트트랙 철회-후 협상’을 고수해 여야 협상이 난망한 상황이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