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선박 화재 최근 4년간 49건…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
노후 전기시설 교체 제때 못한 탓에 ‘누전·합선’ 원인 발생 많아
FRP 소재 선박도 취약… 어민들 “정부 지원 필요” 한목소리

최근 제주해상서 조업을 하던 ‘대성호’에 불이나 선원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동해안 선박들도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오징어와 대게 등 성어기를 맞은 어선들이 각종 전기설비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사용하는데 따른 발전기 과부하와 습도가 높은 조업환경 등으로 인한 전기누전 위험이 높다. 특히 어선들의 대다수가 화재에 취약한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화재 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26일 포항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동해안의 선박 화재는 모두 49건에 이른다. 2016년 9건, 2017년 12건, 2018년 14건, 2019년 10월까지 11건 등으로 한달 평균 1건 이상의 선박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선박화재의 원인 가운데 50%가 전기누전이나 합선으로 인한 화재로 집계됐다.

동해안의 오징어와 대게 조업 어선들은 조업 특성상 냉동기와 집어등과 같은 조명기 등 전기시설을 거의 하루 종일 가동하고 있어 발전기 과부하로 인한 화재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더욱이 영세한 선주들이 전기시설을 제때 교체하지 않아 노후한 시설이 많다. 여기에 습도가 높은 조업환경까지 더해지면서 전기누전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구룡포 오징어 채낚기 선주인 A씨(52)는 “중국어선들의 남획 등으로 어자원 줄어들고 있어 목표한 어획량을 채울 때까지 쉬지 않고 조업을 한다”며 “발전기 과부하가 걱정되긴 하지만 어업소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조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주 B씨(47)는 “우리 조업어선 중에 노후화된 어선도 제법이다”며 “어업소득이 감소하는 현실이다 보니 설비 교체와 보수를 못한채 출어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싸다는 이유로 적합성 판정을 받지 않은 불량 설비를 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일부 장비 판매업체가 시험기관으로부터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아 불이 나기 쉬운 어선용 기계를 유통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포항해경은 올해초 지역 어선에 불량 설비를 판매한 혐의로 3개 업체를 입건했다.

선주들은 이러한 화재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선박 내 노후 전기 시설 교체 비용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예산지원 등이 있어야 현실적으로 시설 교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선주 C씨(49)는 “선박 내 전기시설 등 장비들은 바닷물에 쉽게 노출돼 부식에 취약하다”며 “이를 교체하려해도 비용부담이 커 조업으로 인한 소득이 매년 줄어드는 상태에서 선주가 자체 부담하기는 힘겹다”고 토로했다.

FRP 소재 선박들의 화재 취약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FRP는 건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볍고 부식에 강한 장점이 있지만 화재에 약하고, 불에 탈 때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취약점도 있다. FRP선박은 선체에 불이 붙으면 진화가 어렵고 유독가스마저 발생해 선원들은 배를 버리고 해상으로 탈출해야 한다. 1명이 숨지고 11명의 실종된 제주도 어선 화재처럼 조기에 발견돼 구조가 되지 않으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등록어선 가운데 무려 95%인 6만3천대가 FRP 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FRP 소재의 단점을 알지만, 알루미늄 소재 등으로 바꾸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변경이 어렵다는게 선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선박 화재의 위험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주기적인 안전점검과 선주들을 상대로 안전지도를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선주와 선원들의 안전 의식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영우기자

    황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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