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고 망가지고 ‘고장’ 수두룩
노후화된 소화기·낡은 소방호스
전선 끊긴 화재경보기도 방치
상인들 “구석구석 점검, 글쎄요”
대형화재 이어질라 우려 목소리

포항 죽도시장 어시장에 설치된 소화전은 시뻘건 녹으로 뒤덮여 있고, 소화전 안에 소방호스는 많이 낡고 녹이 슬어 있었다. /이시라기자

경북 동해안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포항죽도시장에 비치된 소방시설물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노후화된 소화기와 훼손된 소방시설물이 시장 곳곳에 방치되고 있어 자칫 겨울철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5일 포항시에 따르면 죽도시장은 1971년 1월 2일 개설된 후 현재 13만2천㎡의 부지에 1천341개(노점 300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죽도시장의 공용 소방시설은 소화기 32개, 소화전 내 수동발신기 세트 2개, 호스릴 소화전함 8개, 감지기 240개, 공설소화전 61개 등이 설치돼 있다.

시는 올해 ‘화재안전시설개보수’에 대한 비용으로 예산 3억원(도비 30%,시비 70%)을 투입해 죽도시장 소방시설관리를 진행했다. 또한 매년 포항시와 포항북부소방서, 전기안전공사 등의 유관기관은 설, 추석, 분기별로 죽도시장 내에 있는 소방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죽도시장의 아케이드 쪽 대형통로 부근에 유동인구가 많은 구역의 소방시설은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골목 안은 행정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화재에 취약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방문한 죽도시장 골목길 보안등에 설치된 화재경보기의 경종은 선이 끊어진채 방치돼 있다. 옆 골목의 상가 근처에 설치된 화재 발신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010년 7월에 제조된 소화기 3개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아 검은색 먼지로 뒤덮여 있다.

인근 골목 역시 소화기의 손잡이는 거미줄이 처져 있었고, 점검일자를 기록하는 카드도 없는 상황이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소화기가 제대로 작동될까 의구심이 들었다.

시장 골목을 돌아보면 쓰레기와 함께 나뒹구는 소화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0-10번길에서 2001년 12월 제조된 소화기 1개, 1-15번길에는 제조된 지 20년도 훌쩍 넘은 1990년에 생산된 분말소화기가 나왔다.

어시장에 설치된 소화전은 시뻘건 녹으로 뒤덮여 있다. 소화전을 열어보니 많이 낡은 소방호스에 녹이 슬었다.

죽도시장에서 20년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6)씨는 “대형시장은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초기 화재 진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소방시설이다”며 “시청 등지에서 나와 매번 점검을 한다고는 하지만 골목안 구석구석을 살펴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북부소방서 관계자는 “죽도시장에 설치된 소방시설물은 시에서 안전을 위해 자체적으로 설치한 시설물이고, 관리도 시에서 담당한다”며 “소방은 현장에서 훼손된 시설물 등을 발견하면 즉시 포항시로 연락해 개선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1990년대 만들어진 소화기는 아마도 상인분들이 사용하다 밖으로 내놓은 소화기인 것 같다”며 “죽도시장이 워낙 넓어서 모든 구역에 소방시설의 고장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내년에 소방시설관리에 대한 예산으로 2억원이 배정돼 있고, 소방안전원과 소방시설물 설치 조사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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