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엿새째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찾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엿새째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찾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6일째 청와대 앞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당 소속 대구·경북(TK)지역 등 정치인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이날 황 대표 텐트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한국당 인명진 전 비상대책위원장,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한국당 이재오 상임고문 등이 방문했고,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이만희(영천·청도)·권성동·김명연·김도읍·김현아 의원 등은 농성장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해찬 대표는 황 대표를 만나고 나서 기자들에게 “기력이 빠져 있어서 거의 말씀을 못 하신다”며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나하고 협상을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기력이 많이 약해져서 앉지도 못하고 말씀도 제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하더라. 단식을 중단하고 저와 선거법 협상을 하자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도 이날 황 대표를 찾아 “그만하시고 병원을 가셔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싸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청했으나 황 대표는 “아직 건강하니 ‘건강, 건강’ 하지 말라. 자꾸 말리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침낭에서 노숙을 시작한 황 대표는 지난 22일 초록색 텐트에서 지내다가 전날부터 같은 자리에서 파란색 천과 비닐로 덮은 임시 천막을 짓고 기거했다. 황 대표는 이날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지 못했고, 대신 나경원 원내대표가 회의를 이끌었다. 비상 의원총회에는 한국당 의원 전체 108명 중 90명 가량이 참석해 계파 갈등, 중진 용퇴론 등의 당내 갈등이 잦아들고 의원들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대표는 박맹우 사무총장을 통해 “자리를 지켜주는 분들께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국당은 임시 천막이 비바람에 쓰러져, 이날 흰색 몽골 텐트를 설치했다. 황 대표는 양쪽에서 부축을 받으며 몽골 텐트로 옮겼고, 주위에서 지켜보던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간밤 성난 비바람이 차가운 어둠을 두드린다. 이 추위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요”라며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적었다.

한편, 한국당은 황 대표의 단식 투쟁을 위해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설치한 텐트를 자진 철거해달라고 청와대가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당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김광진 정무비서관은 이날 오후 김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 “분수대 광장이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이라며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도 고충이 크니 자진 철거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구했다. 김 비서관은 “황 대표님의 힘든 상황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오랜 기간 집회를 이어오시던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규정상의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는데 거기에 대한 화답은 없고 대표가 바람막이로 사용하는 천막을 철거하라는 것이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지 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지 묻는다. 그렇다면 저희에게 확인시켜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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