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야 간 충돌 격화가 우려된다. 특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에 반대하면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어서 이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에 찬성하는 야당들은 개정 선거법이 군소정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앞서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 자체를 ‘장기집권 음모’로 해석하는 상황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엿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대표가 있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여당이 신속처리안건을 그대로 두고 선거법 및 검찰개혁법 협상을 하자는 것은 협박”이라면서 “현재 지난 총선 때보다 2배나 많은 34개 정당이 등록돼 있다고 하는데, 정당 난립·국회 분열·정치권 혼란이라는 연비제 폐해가 벌써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의 입장변화가 없다면 민주당으로서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서 대응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 달 17일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때까지는 사법개혁안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비제는 소수정당이 집권당의 2중대·3중대 성격을 띠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당이 주장하는 ‘장기집권 음모설’을 아주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역시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의 법안으로는 검찰권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의 특급 사냥개 조직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제대로 설명이 안 되는 연비제나 악용 여지가 다분한 공수처법안 모두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서로 바꿔먹기에는 위험요소가 많은 게 사실이다. 국익으로 포장된 소아병적인 당리당략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 정치행태가 개탄스럽다. 대승적인 차원의 정치타협이 절실한 상황이다. 민의를 좀 더 정직하게 반영할 개정법안을 놓고 여야가 합의에 도달할 슬기로운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