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발견
14면에 시 37편·그림 5점 수록
영남지역 선비 풍류·예술 눈길

구름이 피어오르는 듯한 층층의 기암절벽이 매우 인상적 동화사를 그린 ‘동화도’.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이 조선 시대 팔공산 경관을 담은 시화첩인 ‘수안전모첩’을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영남 선비들의 여행’이라는 주제의 연합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수안전모첩’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묘사해 그리다’라는 뜻이다.

이 책은 가로 19.5㎝×세로 28.5㎝ 크기에 면수는 표지를 포함해 모두 14면이다. 시화첩에는 시 37편과 선사도, 천석재도, 동화도, 파계도, 가산성전도 등 그림 5점이 담겼다.

이 책자는 조선 말기 달성 하빈에 살던 선비 화가인 박승동(朴昇東, 1847∼1922)이 1879년 4월 9박 10일간의 팔공산 여행을 하면서 남긴 기행 일기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시와 그림, 글씨가 한데 어우러져 영남지역 선비들의 풍류 양상과 예술정신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림 5점은 140년 전 동화사·파계사·가산산성 등의 모습에 대한 기록화적 성격을 지닌다. 아울러 37편의 시 작품에는 선비와 승려, 다동(茶童)이 참석해 기약과 석별을 표현하는 등 기행시로서의 독특한 문학적 양상이 돋보인다.

 

가산산성의 전경을 그린 ‘가산성전도’.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가산산성의 전경을 그린 ‘가산성전도’.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동화사와 파계사를 중심 배경으로 그린 ‘동화도’와 ‘파계도’의 경우 구름이 피어오르는 듯한 층층의 기암절벽이 매우 인상적이다. 화면의 구성법이 공간의 여백이 많으며 필묵의 사용 방식이 빠르고 힘찬 필선을 구사했다.

가산산성의 전경을 그린 ‘가산성전도’는 기록화로서의 사료적 가치가 요구된다. 원형 구도 속에 담아낸 그림에는 조선 인조, 숙종, 영조 시기에 각각 축성된 내성과 외성, 중성에 대한 묘사가 진경 산수화풍을 연상시킨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수안전모첩에 담긴 그림은 회화사적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140년 전 가산산성의 규모를 복원할 수 있는 사실적 자료로도 활용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시화첩의 주인인 박승동은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가 처형된 사육신 박팽년의 후손이다. 박승동은 젊어서부터 시문에 능했을 뿐 아니라 영남 출신의 선비로서는 드물게도 그림에 뛰어난 소질이 있었다고 한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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