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재주나 지혜가 있는 이들을 초청해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만큼 상을 베푸는 왕이 있었습니다. 한 발명가는 체스 게임을 발명해 왕 앞에서 몇 게임을 시연합니다. 왕은 체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지요. 발명가에게 어떤 상을 받고 싶은지를 묻습니다. 발명가는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소원을 말합니다.

“임금님. 제가 받고 싶은 상은 아주 간단합니다. 이 체스판의 첫째 칸에는 쌀 한 톨을 주시고, 둘째 칸에는 두 톨만, 셋째 칸에는 네 톨. 이렇게 한 칸을 지나갈 때마다 앞칸의 2배씩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왕은 순수해 보이는 발명가의 요청에 흔쾌히 그렇게 하겠노라 답을 하고 쌀을 준비해 당장 선물로 보내라고 지시합니다.

잠시 후 얼굴이 하얗게 변한 신하가 왕에게 헐레벌떡 달려옵니다. 체스 칸의 절반을 채우면 논 한 마지기의 쌀이 필요했고, 쌀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왕이 가진 모든 재산과 영토를 다 합해도 상을 줄 수 없을 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맙니다. 64칸을 다 채울 경우 필요한 쌀의 양은 922경 3천372조 톨입니다. 문화마다 결말은 다릅니다. 왕이 발명가를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기도 하고, 왕이 모든 재산을 발명가에게 빼앗긴다는 결말이 있기도 합니다.

임계점을 넘을 때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지점을 싱귤레러티(Singularity), 우리말로는 특이점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컴퓨터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발전 속도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느린 속도로 발전하더니 어느 순간 기하급수적으로 속도와 용량이 급증하죠. 휴대폰은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이 정도의 기능을 갖추려면 약 90억원 정도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특이점이 온 덕분에 지금은 누구나 90억짜리 물건 하나씩 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앞으로 양자 컴퓨터가 펼칠 세상은 아찔하지요.

(계속)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