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를 비롯 동해안 항포구에는 오징어 성수기를 맞고도 두 달째 오징어 어선들이 조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오징어 잡이에 나서봤자 기름값만 날리고 허탕을 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오징어잡이 해역을 낀 울릉도에는 오징어 성어기에도 조업에 나서지 못한 어민들이 오징어 위판장 벽면에 중국 어선의 오징어 싹쓸이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정부 대책만 촉구하고 있다. 어민들은 중국 어선이 남하하는 오징어 길목인 북한 수역에서 그물로 싹쓸이하는 바람에 울릉도 등 동해안까지 내려올 오징어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어선은 2004년 북한과 북한측 동해 수역 입어 계약을 체결한 후 줄곧 중국 어선을 늘려 당시 140여 척에 불과하던 중국 어선이 지금은 2천 척을 넘는다고 한다. 특히 중국 어선은 저인망 쌍끌이 조업으로 동해안 오징어의 씨를 말리고 있다는 것. 울릉도에서는 매년 1만톤씩 잡히던 오징어가 이제 450톤으로 쪼그라들었다. 어민들은 오징어 흉어가 아닌 재난이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오징어로 먹고살던 주민의 생계가 타격을 입는 것은 당연하다.

동해안 지역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오징어 값도 폭등해 소비자도 손해 보기는 마찬가지다.

어민들은 2004년부터 15년 동안 줄기차게 북한 어장을 선점하자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방치해 이런 결과를 빚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제재결의안 2397호를 이행하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중국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어업은 국제사회에서도 문제가 된지 오래다. 동해안 어자원 보호뿐 아니라 동해안 어민의 생계를 위해서도 정부의 강력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때마침 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가 발족하고 강석호·김성찬 의원이 공동 주최한 중국어선 불법어업 관련 정책토론회도 지난주 국회에서 열렸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한 실상과 문제점도 많이 성토됐다. 어민 뿐만 아니라 위기에 봉착한 수산업의 활력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이 급하다. 우리 어민들은 이제 더 이상 물러 설 데가 없음을 정부가 분명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