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대통령과 국민의 대화에서 정치 이슈에 묻혀 두각을 보이진 않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잔잔하게 흔들어 놓은 게 하나 있다. 스쿨존 내 어린이 안전보호를 위한 ‘민식이법’이다.

지난 9월 충남 아산 스쿨존 구역에서 차량사고로 숨진 9살 민식군의 이름을 따온 이 법은 스쿨존 내 속도제한과 CCTV 설치 의무화, 가해자 처벌 수위 상향 등을 내용으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민식군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원자 20만명을 순식간에 돌파했다. 그동안 민식이법은 내 자식과 같은 다른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는 민식이 부모의 애타는 발품에도 겨우 2만여명 서명에 그쳤다.

우리생활 주변에는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은 얼마든지 있다. 20대 국회에는 어린이 생명과 관련한 법안이 17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그러나 그중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어린이집에서 귀가 중이던 5살 해인이가 제동 장치가 풀려 미끌어져 온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만든 해인이법도 마찬가지다. 주차장에서 미끌어진 차량에 치어 숨진 하준이법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음이법이나 태호·유찬이법도 같은 케이스다.

사고가 나 세간의 관심을 끌면 국회가 나서 법 제정을 해놓고 시간이 지나면 그냥 잊어버리는 꼴이다. 국회의원의 관심도가 이 정도인가 싶어 안타깝다. 어린 자식을 사고로 떠나보낸 부모의 심정이야 말로 다할 수 없다. 자식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으로 어린이가 안전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모아 국회에 호소한 것이 어린이 안전 관련 법이다. 애절한 사연을 우리 사회가 아직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민식이법을 계기로 국회의 관심을 다시 촉구해 본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