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가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 절대반지는 소유자의 힘을 증대시키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게 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반지다. 하지만 이 반지는 소유자의 마음을 사악하고 탐욕스럽게 변질시켜버리는 어두운 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사우론처럼 이 반지를 차지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욕망의 소유자가 등장하는 가 하면 프로도를 위시한 반지원정대처럼 이 반지를 용암의 불 속에 던져 넣어 영구히 파괴해버리려는 측도 있다.

이 영화속의 반지가 현실속에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특히 한국사회에서 절대반지에 해당하는 것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법률을 제·개정하는 정치권력이 절대반지 첫번째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문재인 정부에서 개혁을 외치고 있는 검찰권력 역시 또 하나의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7일 부산지역 3선의원인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히면서 절대반지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영남지역 3선퇴진론으로 쇄신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의원은 선언문에서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절대반지를 끼는 순간 이성을 잃게 된다”며 “공적 책무감으로 철저히 정신무장을 해야 그것을 담당할 자격이 주어짐에도, 아무리 크든 아무리 작든 현실 정치권력을 맡은 사람이 그 권력을 사유물로 인식하는 순간 공동체의 불행이 시작된다”고 정치 현실에 대한 실망이 불출마의 원인이 됐음을 언급했다. 김 의원이 가리키는 절대반지는 문맥으로 보아 현실 정치권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쇄신과 통합으로 새바람을 일으켜야 할 자유한국당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는 상황을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표현이란 해석도 있다.

이 와중에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느닷없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철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법과 선거제개편안 처리 철회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나서 당내외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다른 야당들은 일제히 냉담한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황 대표의 단식은 명분이 없음을 넘어 민폐”라고 비판했고,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도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 넘어져서 해결하려는 심산”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당 지도부와 의원직 총사퇴를 주장한 김세연 의원 역시 “단식투쟁 취지의 순수성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하다. (한국당은) 깨끗하게 해체해야 한다”라고 거듭 당쇄신을 요구했다.

22일 자정 지소미아가 종료되고, 12월 2일 패스트트랙 법안 본회의 상정을 앞둔 시점에 제1야당 대표인 황 대표가 단식투쟁에 나서야 했던 정황을 이해못할 바 아니다. 다만 누군가 절대반지를 끼고 이성을 잃는 사태까지 가지는 말아야 한다는 걱정이 앞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