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공화국인 이 나라 입시에 또 하나의 나이테가 새겨졌다. 선 굵은 나이테를 위해 찬란한 학생시절 전부를 시험에 바친 수험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 마음만 전한다, 제발 이 사회를 요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흥청망청하는 어른들을 흉내 내지 말기를!
그런데 필자는 중요한 사실을 잊었다, 지난 12년 동안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의 대부분이 시험을 위한 죽은 지식이라는 것을! 과연 학생들이 배운 것이 이것 말고 뭐가 있을까?
자유롭게 주어진 시간 앞에서 몹시 당황하는 것이 우리 학생들의 현실이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학교교육의 불신의 정점은 수능이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는 순간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와 교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동안 교사와 학생들을 연결해준 것이 수능이기 때문이다. 수능이 끝났다는 것은 학생들이 학교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과 같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수능 이후의 학생 생활지도가 불가능하다. 학교에서는 자신들이 학생들에게 한 짓은 모르고 학생 탓만 하기 바쁘다. 의미 없는 대학 탐방, 더 의미 없는 체험 학습은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운다는 것을 교육 관계자들은 꼭 알아야 할 것이다.
수능이 끝나면 언제나 수험생들을 위하는 글들이 홍수를 이룬다. 모두 좋은 말이지만, 정작 수험생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이런 글들의 공통점은 학생들을 옭아맨 수능에 대한 비판이나 반성은 없고, 무분별한 격려만 있다는 것이다.
이 글도 그런 글이 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홀로서기 앞에 망설이는 학생들을 위해 칠순을 넘기면서 새로 공부를 시작한 자친(慈親)께서 얼마 전에 쓴 시(박화자, ‘목련화 같은 내 인생’)를 졸업 선물로 전한다.
“집 가에 서있는 목련화 한 그루 / 어느 날 아침 나를 부르는 듯 / 곱게도 피어 나를 반기더니 / 밤새 그만 꽃잎 끝이 다 말라 시들어져가네 // 가만히 눈 깜박하고 나니 / 세월의 흐름 따라 꽃 같은 내 앞날도 / 다 시들어져버렸네 //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리오 / 슬기롭게 잘 받아들여 / 예측 못 할 남은 인생을 / 행복과 보람 찾아 즐겁게 보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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