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패스트트랙 등에 반발…對與투쟁 승부수
보수통합·인적쇄신 등 리더십 위기 만회할 지 관심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단식투쟁을 시작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담요를 덮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부터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절대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지 말라. 누군가는 나서서 이 시기에 온 몸을 던져 투쟁해야 하지 않냐”며 “야당 책임자로서 책임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의 단식 투쟁을 두고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리더십 위기로 코너에 몰린 황 대표의 정치공학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황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리더십 논란을 덮기 위해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같은 단식 배경으로는 황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한 건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이다. 원내 현안과 관련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의도다. 우선 지소미아 종료, 선거법 개정, 공수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강행에 저항하는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27일, 공수처법은 12월 3일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으로 여야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시 한국당을 제외한 범여권이 의결을 강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식농성을 택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또 단식 농성으로 황 대표의 요구안이 여권에 관철되지 않더라도 당 대표로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무기력한 제1야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명분을 쌓으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더 나아가 총체적 리더십 위기라는 비판을 의식한 초강수로 보는 해석도 적잖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물러가면 총선 정국에서 황 대표의 전략 부재를 당 안팎에서 의심하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황 대표가 단식 투쟁을 공개 선언하면서 인적 쇄신과 보수통합을 언급한 점도 이같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총선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인적 쇄신, 보수 통합, 인재 영입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 세 가지 모두 황 대표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3선의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지만 인적쇄신의 동력보다는 당내 계파 갈등만 생겼다. 황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서 인적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고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인재영입도 지지부진하다. 박찬주 예비역 대장을 ‘1호 인재’로 영입하려다가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황 대표는 1차 인재 영입 효과가 시원치 않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곧바로 2차 인재영입 명단을 발표하려 했지만 당 지도부의 만류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보수통합 역시 수도권에서 흥행을 일으키며 총선 정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황 대표가 보수대통합을 선언한 후 이렇다할 실적이 없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황 대표는 인적쇄신을 “국민의 명령”이라며 “혁신이 멈추는 순간 당의 운명도 멈춘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혁신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또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 국민의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하게 혁신하겠다”고 했다. 평소 신중하고 정제된 표현을 즐겨쓰는 황 대표의 언행을 감안하면 이날 발언 수위는 센 편이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의 단식 투쟁 성패는 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야당과의 협치 노력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황 대표가 거절당한 영수회담을 다시 추진할 경우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를 찾고 국면 전환도 가능하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황 대표의 목소리를 묵살할 시 황 대표로서는 여론의 힘을 빌려 단식투쟁의 동력을 살려가고 문재인 정권을 압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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