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를 아는 것
떠날 때를 아는 것
  • 등록일 2019.11.19 19:42
  • 게재일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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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목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
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

이낙연 국무총리의 동생인 이계연 삼환기업 대표가 사의를 표명하였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두 차례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삼환기업을 흑자로 전환하고 신용도를 제고하는 등 회사를 안정화하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사퇴를 결심하였다고 한다. 삼환그룹 계열사의 기업 대표라면 연봉이 모르기는 몰라도 엄청날 터인데 용단을 내린 것 같다. 연봉이 아깝지는 않았을까? 한편으로는 아까운 생각도 든다. 솔직히 필자에게는 연봉이 얼마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하지만 형님인 국무총리나 사회에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 크지 않았을까? 아마 이 말이 떠올랐을 게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즉, 오이가 익은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않으려는 뜻일 것이다. 정치색을 떠나 잘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다. 칭찬할 것은 칭찬하자. 한 마디로 깔끔하다.

필자가 두 번째 떠올린 것은 바로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落花)’의 한 구절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요즘 우리 사회에는 염치없이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도 불구하고 가야 할 때가 한참 지났는데도 그 때를 모르고 그 자리에서 버티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물러날 때에 제대로 물러나지 못하는 것은 권력욕과 자리욕심일 것이다. 그 자리에 있을 때 주어지는 여러 가지 특전, 영어로 ‘Perk’라고 한다. 한번 그 꿀맛을 보면 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자기중심의 아집과 고집도 톡톡히 한 몫을 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휩싸여 쉽게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물러날 때와 나설 때를 잘 안다. 기업의 언어는 회계이다. 차변과 대변으로 이루어지는 대차대조표, 아니 요즘에는 재무상태표로 바뀌었다. 재무상태표의 대차평균의 원리를 알고, 총수익에서 총비용을 빼면 손익이 나오는 손익계산서를 아는 사람들이 기업인들이다.

세 번째로 내년 총선이 떠오른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새 인물, 정치신인을 영입하려고 애쓴다. 현역의원 물갈이를 통해 새로운 바람몰이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지역구에 공천을 두고 신인의 참신함과 다선의원들의 경험이 충돌한다. 정치의 목표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일 게다. 국민의 행복 지수는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로 수치화하기 곤란하다. 그래서일까! 떠날 때를 잘 아는 정치인은 드물다.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도 없으면서, 혈세를 낭비했다면, 어영부영했다면, 떠날 줄 아는 염치가 필요할 성 싶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 하지만 때가 되면 꽃은 다시 피고 달도 다시 차오른다.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이는 떠날 때를 알고 떠난다. 지금 가면 아주 가는 것도 아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 겨울이 오는 것을…. 어디서 무엇을 하든 국무총리의 동생이 아니겠는가? 이 사회가 공평한 눈으로 봐줄 수 있을까? 그의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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