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명 시인
조현명 시인

막 교직에 들어온 한 여선생님과 자유학기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것을 잠시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라는 것에 대체적으로 같이 동의했었다. 그런데 여자의 편에서 보면 남자들이 부럽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군대라는 인생의 자유학기제가 주어지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일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은 그때 가장 많은 고민과 자기성찰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고 제대 후 현실적이 되고 많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면 여자는?” 이란 질문에 “글쎄요. 굳이 말한다면 걸으면서 생각한다는 정도로 보면 될까요.”라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에 자유학기제가 도입 된지도 6년째가 되었다.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를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에 따라 수업 운영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 중심으로 개선하고 진로탐색 강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했다.

결과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유지되어왔고 또한 자유학년제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먼저 취지에 맞으려면 고등학교에 도입되어야 하지만 대입이라는 큰 걸림돌 때문에 중학교에 편성되었다. 그러다보니 진정한 자유학기제의 의미를 담기에는 부족한 듯하다. 앞에서도 남자들은 군대에서나 진정한 자유학기제를 가진다고 말해지고 있는 걸로 보면 생각해볼 점이 있다. 남자가 군 복무하는 시기는 자신을 성찰하고 꿈을 말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학교에 도입된 자유학기제는 일부 학생에게 매우 치명적인 학습기초부진을 낳고 있다. 최근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의 특징은 중1부터 자유학기제에 의해 학업을 등한히 한 것이 습관화되어버린 것이 큰 원인이다.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다가는 망하는 개인이 나온다는 말은 오래됐다. 혹 자녀가 자유학기제에 들어가는 중1이라면 기초학력이 부진해지지 않도록 학습습관을 놓지 않도록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졸업생들이 찾아와서 한 말 중에 가장 인상적인 말이 “인생 중 가장 중요한 시기를 들라면 고등학교 3년인 것 같아요. 3년 동안의 학업의 결과가 인생을 결정해버리니 말이예요”이다.

그 말을 듣고 교사로서 반성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 중요한 시기에 이미 학습습관을 갖지 못하고 기초학력부진으로 진학한 학생을 교사로서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는 무능함이 첫 반성 내용이다.

또 대입이라는 목표 때문에 잠시도 여유가 없는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살려보자며 토론대회를 열고, 수행평가에 찌들린 학생들에게 진로체험과 온갖 진로프로그램을 강요한 것도 반성이 됐다. 물론 대입제도와 학교교육과정이 그러니 일개 교사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전술한 여선생님이 “걸으면서 생각했다”면 고등학생들에게는 “뛰면서 생각해”라고 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진정한 자유학기제의 의미를 살리려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설치해야 올바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