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 맥스터
저장률 96% 달해 이미 포화상태
당장 증설 시작해도 늦은 시점에
원안위 심사 4년째 ‘제자리걸음’
주민의견 수렴할 기구 21일 출범
추가 저장시설 건립에 속도 붙어

지지부진하던 월성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맥스터) 추가건립에 청신호가 켜졌다.

17일 경주시에 따르면 월성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과 관련해 주민 의견을 수렴할 경주지역실행기구가 오는 21일 출범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도 맥스터 증설과 관련한 운영변경 안건을 심의할 계획이다.

월성본부는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운영을 조기 중단한 월성원전 1호기를 제외하더라도 월성원전 2∼4호기를 계속 운영하려면 사용 후 핵연료가 포화하기 전에 저장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히고 해당사업을 추진해왔다. 월성본부는 2016년 4월에 원안위에 맥스터 증설과 관련한 운영변경 인허가를 신청하고, 안전성평가 질문에 대한 답변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원안위가 운영변경인허가 신청에 대한 안전성평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의 심사를 3년 8개월째 마무리하지 않아 현재까지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정부는 올해 5월 말이 돼서야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를 논의하고자 정부 추천 전문가들로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했다. 재검토위원회는 원전이 있는 지역에 ‘지역실행기구’를 구성해 주민 의견을 물어서 임시저장시설 건설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지역실행기구조차도 참여 위원을 둘러싼 대표성 논란으로 출범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재검토위원회도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내 중수로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저장률은 올해 6월 기준으로 96.04%를 보이고 있다. 건식저장시설은 구조에 따라 캐니스터와 맥스터로 나뉘는 데, 캐니스터는 이미 100% 찼고 맥스터는 92.2%의 저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추세로는 맥스터도 2021년 11월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안으로 추가 건설을 확정짓더라도 착공하려면 정부정책 확정,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변경허가, 경주시의 공작물 축조신고 통과가 필요한 만큼 포화 전까지 준공될지도 불확실하다.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할 곳이 없어 원전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연료로서 수명이 다하더라도 온도가 매우 높으며 일정 수준의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습식 저장시설 및 건식 저장시설에 한동안 저장된다. 열과 방사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방폐장으로 옮겨지는 구조다. 습·건식 저장시설 보관 없이 처리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관하다.

다행히 오는 21일 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 추가건립의 분수령이 될 지역실행기구가 이미 선정한 10명에 환경단체 관계자 1명을 추가해 출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엉켜 있던 실타래가 조금은 풀릴 전망이다. 이 기구는 설문조사와 주민설명회, 워크숍 등을 통해 얻은 결과를 정부의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 제출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재검토위의 의견을 들어 최종 정책을 확정한다. 운영변경인허가 신청서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던 원안위도 오는 22일 본회의에 안건을 올려 심의할 계획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역실행기구가 구성되면 의견 수렴 대상을 경주시민 전체로 할지, 원전 근처 주민으로 할지를 결정하고, 주민설명회와 설문 등의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게 될 것”이라면서 “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의 추가 건립이 늦어져서 원전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되지만, 원전과 관련된 사안은 중요하고 예민한 사안이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이 최우선이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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