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미국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중단요청을 일단 거절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소미아가 오는 23일 실제로 종료될 경우 “역내 안보와 한미동맹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일제히 경고했다는 미국의 소리(VOA) 뉴스가 나왔다. 엉뚱하게도, 한일 간 무역갈등이 한미동맹의 균열로 번질 수 있는 엄중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상당히 복합적이다. 핵심 변수는 북한 비핵화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느냐다. 우려했던 대로 미국은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탄) 개발 중단 약속을 지키는 한 ‘북한 비핵화’을 서두르지 않을 태세임이 드러나고 있다. 터무니없는 수치를 내밀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청구서도 심각한 문제다. 이 모든 것들이 우연히 나타난 현상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위 ‘유동성 딜레마’라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던 브레튼우즈체제(Bretton Woods system)의 완전한 붕괴 현상부터 언급한다. 국제무역의 확대, 고용 및 실질소득증대, 외환의 안정과 자유화 등을 달성할 것을 목적으로 1944년 7월 체결된 브레튼우즈협정은 1971년 닉슨 대통령의 ‘달러화 금 태환 정지선언’으로 일단 무너졌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American First) 정책으로 완전히 해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브레튼우즈체제는 원래 소련에 맞서는 안보동맹 체제가 그 본질이었다. 미국이 안보를 주도하는 대신 동맹국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준다는 식이었고, 오랜 기간 미국은 엄청난 적자를 감수했다. 무역적자는 2017년 기준 무려 5천70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도 1970년 무렵 이 체제에 편입되어 미국 시장에 물건을 내다 팔아 경제도약을 달성했다.

미국의 국제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은 저서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자급의 꿈을 이룬 미국은 이제 세계질서 유지에 관심이 없다. 미국의 동맹은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며칠 전 한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속내는 “ICBM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북핵 위협은 오로지 대한민국만의 존망(存亡)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미국은 변했다. 우리가 알던 미국은 없다. 미국이 변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대응해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헛똑똑이 반미(反美) 급진세력들이 국민선동의 빌미로 삼는 일이다. 미국이 이제 출혈(出血)관리를 안 하겠다는 것뿐이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세계 최강의 국가다.

분명한 것은 이제 미군 없는 국가안보를 생각할 때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이 절실해졌다. 픙전등화(風前燈火)의 ‘한미동맹’앞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