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후 고3이 맞는 해방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통쾌하며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다. 꿈도 많고 호기심도 많으며,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고교시절을 책과 씨름해야 했던 그들에게 수능 후의 느낌은 “고3 끝”, “공부 끝”으로 통한다. 수능 성적이 좋고 나쁨은 다음 문제다. 규제와 통제의 학교생활에서 이제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은 그들을 들뜨게 한다.

그들은 연말만 지나면 19살이 된다. 법적으로 술을 마셔도 되는 나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일탈 행동도 일어나기 쉽다. 입시 해방감에서 과음을 하다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수능시험이 끝난 고3에게 물었다. 수능이 끝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응답자의 1순위가 성형수술이다. 2위는 소개팅, 3위는 아르바이트다. 설문조사 기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개 쌍꺼풀 수술이나 다이어트 등 외모와 관련한 것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아르바이트도 많은 응답 중 하나다. 용돈을 벌어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자는 뜻으로 보인다. 기성세대가 바라는 것과는 다소 먼 엉뚱한 대답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새장에 갇힌 새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었던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학업에 묶여 억눌려왔던 그들의 젊은 욕구가 본능적으로 분출한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고3의 일탈이 문제화되는 시기다. 고3 스스로의 절제 있는 행동도 필요하지만 학교와 학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이 더욱 절실하다. 지난해는 수능을 마친 고3 남학생 10명이 추억여행을 떠났다가 예상치 못한 참변을 당한 불행한 일도 있었다. 그들의 해방감을 우리 사회가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