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정돼도 배·보상 갈등 남아
여러 상황에 진지한 고민 필요
성찰적 협치 이룰 역량 있어야

15일이 포항지진 2주년이다. 지진발생 때부터 그 원인을 주목, 추적해 온 필자로선 감회가 새롭다. 여러 주장이 대두되면서 지진 원인에 대한 정부합동조사단이 구성됐고, 그 결과 촉발지진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은 포항시민들의 단합된 힘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한 사업의 문제가 확인되면서 이제 남은 건 배·보상 문제다. 이 배상, 보상이 현재 순조롭지 않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배상 보상의 주체는 당연히 사업을 진행시킨 정부 기관이다. 정부도 피해를 당한 포항에 무엇을 해 주려면 그 근거가 필요하다. 근거를 만든다는 것이 작금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포항지진지원특별법이다. 상황을 보면 언제가 될지 불투명하긴 하나 시간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본다.

지진 2주년을 맞아 새롭게 드는 생각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예산지원이 본격화될 경우 과연 우리 포항은 그걸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할지, 과연 그 부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진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흥해는 여전히 심각한 아픔 속에 빠져 있다. 곳곳에 주민 간 갈등도 적잖다. 240세대의 흥해장관맨션의 경우 시로부터 소파판정이 나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이 소송 경우 1심에서 기각판결,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다. 2심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주민들이 포항시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양측 간 신뢰의 간격이 크다는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상황을 파악해보면 특별법이 통과돼 예산이 내려오면 시민 갈등 사례가 더욱 증폭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된 갈등 요소가 너무 많아서다.

실제, 지진특별법이 통과되면 피해를 당한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시키고 손배상을 기대만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과연 주민들 요구대로 정부가 다 해줄까?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은 어떻게 풀까? 여러 의문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해외 선진국의 손배상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주민들의 만족도가 결코 높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포항은 ‘재난시민권’(disaster citizenship) 의 개념, 즉 국가가 잘못한 기술개발 사업에 시민들이 당연히 보상받아야 하는 권리라는 주장이 우선하긴 하다. 그러나 정부의 손배상이 어떤 기준 없이 될 리가 없을 것이다. 그 기준은 무엇으로 할까. 이 과정에서 심한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충족되지 못하면 법정으로의 비화도 불 보듯 뻔하다.

사회학분야에 성찰적 협치란 개념이 있다. 사회문제에 대해 성찰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 새로운 사회를 구성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제는 양보와 협력이다.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으로 끌고 들어오면 재난시민권도 인정하지만 예산자원의 한정으로 주민기대에 충족하지 못한 현실을 감안, 대화를 통한 협상과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 시민사회가 그런 성찰적 협치를 할 역량을 소유하고 있고, 이를 실천할 리더들이 있는가하는 숙제는 있다. 동시에 시민들은 그런 리더를 인정하고 신뢰할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한번쯤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진 발생 3년째는 우리 시민들이 분노의 감정을 넘어 안정과 만족의 지수를 높이는데 역량을 모았으면 한다.

•양만재 씨는 경북대 사회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사회학박사, 영국더럼대학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8년 4월부터 포항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원으로, 같은해 10월부터 포항지진 정부조사단 포항시민대표 단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포항지열발전소 부지안정성검토TF위원과 포항지진공동연구단 부단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