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구 집창촌 자갈마당 업주 등 관계자들이 향응과 접대를 받은 경찰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 진정 사건은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던졌다. 그동안 자갈마당 종사자와 경찰 간 유착 의혹 소문은 오래 전부터 나돌았으나 실제로 이와 관련 진정서가 경찰에 접수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자갈마당 이주대책위원회가 보낸 진정서에는 전현직 경찰 10명에 대한 개별 비리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져 있다. 경찰도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수사가 늑장을 부리고 장기화되면서 관련 경찰의 증거인멸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사건과 관련 13일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는 적이 실망스럽다. 약 6개월간 수사를 벌였으나 결과는 집창촌 업주와 유착된 경찰은 없었다는 것이 결론이다. 경찰은 이 사건 관련 11명의 전현직 경찰관 중 현직 경찰관 3명을 입건했으나 2명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했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진정서 내용과는 다른 별건으로 기소했다.

비리를 제보한 자갈마당 종사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금품을 줬다는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없다고 하니 경찰의 수사가 의심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특히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비리를 알린 업소 관계자는 난감해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사건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국정감사 일정이 현장시찰로 바뀌면서 일부 의원들이 자갈마당 경찰유착 사건 등 현안을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는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여성단체도 이번 결과에 대해 부실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6개월의 수사가 결과적으로 봐주기 수사, 제식구 감사기 수사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했다.

경찰이 집창촌 경찰유착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도 의구심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검경 수사권 분리를 논의하는 예민한 시점에서 경찰이 치부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문도 보인다. 아직 많은 사람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신뢰를 보내지 못한다. 특히 업소와의 경찰 유착에 대해선 불신의 벽이 높다. 경찰 수사의 한계란 지적도 한다. 이번 집창촌 수사 결과가 경찰의 수사력을 평가받는데 득인지 손해인지는 경찰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