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쇄신과 통합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참 딱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 친박의원들과 탄핵에 찬성한 비박계 의원들이 한지붕 아래 같이 지내고 있다. 비박계 의원들은 탄핵에 찬성하며 탈당했다가 다시 입당한 의원들이고, 친박의원들은 탄핵에 반대하며 한국당에 남았던 의원들이다. 특히 친박 의원들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거쳐 황교안 당대표체제가 될 때까지 자칫 인적쇄신의 대상이 될까 납작 엎드려왔다. 그러다 이제 수적 우세를 무기로 파워게임을 벌여야 할 때라는 생각일까. 충청 출신의 친박계 재선의원인 김태흠 의원이 영남 3선 퇴진론으로 선방을 치고 나왔다. 영남권 비박계 의원들을 몰아세우는 발언이었지만 욕만 얻어먹고 말았다. 친박인 자신들은 쏙 빼놓고 영남권 3선 퇴진론을 주장했다가 염치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래도 몸조심하느라 엎드려 있던 친박의원들과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쇄신바람을 앞장서 일으켜주니 싫지만은 않았으리라.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초선의원으로 활발히 의정활동을 하던 표창원·이철희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인재영입으로 혁신공천을 하겠다고 북새통인 걸 생각하면 한국당의 쇄신바람은 너무 미약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수감 등으로 갑자기 치러진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긴 직후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의원 하나 없었던 한국당이다. 당 지도부조차 은근슬쩍 몸을 뺀 마당에 이제 와서 누가 책임을 지려할까. 이런 상황이면 황교안 대표가 당무감사를 통한 의정활동 평가와 탄핵에 따른 도의적 책임 등을 따져 과감한 인적쇄신을 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을 실망시킨 한국당이 표를 달라고 하려면 확연히 달라진 면모를 보여야 한다. 그러려면 상당수 친박의원들을 교체하는 획기적 인적쇄신 없이는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연을 넓히는 보수대통합도 가는 길이 험난해 보인다. 쇄신 후 가능한 일이지만 황 대표는 상대측과 협의가 끝나지 않아 설익은 보수대통합론을 내놨다. 그래선지 바른미래당이나 대한애국당 양측 모두 시큰둥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대한애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하는 이들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뻗대고 있는 데다 바른미래당 역시 신당창당으로 달려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당대당 통합이란 게 의석수를 보장해줘야 하는 문제가 있고, 지역구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흡수통합되는 당 의원들에게 험지로 나가라고 한다면 통합에 임할 의원들이 있을 리 없다. 이래저래 쇄신과 통합은 자유한국당의 딜레마다. 이 모든 난국을 풀 비책은 없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모든 게 내 책임이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대통합해 나라를 바로잡아주길 바란다”라고 한마디하면 어떨까. 그러나 어쩌랴. 박 전 대통령은 오늘도 별다른 말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