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한 경북부
김두한 경북부

수능때만 되면 나오는 울릉도 수능시험장 설치요구는 과연 타당한가. 결론부터 밝히면 울릉 학생들에게 불리한 소리다.

울릉도 수험생들은 쭉 그래왔듯이 올해도 포항에서 시험을 치렀다. 기상악화를 우려해 수험생들은 포항에 미리 나가 객지 생활을 하면서 대입 수능시험에 대비했다. 이에 따라 일부 학부형 및 주민들이 울릉도에서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부 언론과 학부형들이 울릉도 상설시험장 설치를 요구해 왔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수험생이 뱃멀미와 낯선 환경, 잠자리 등 상대적으로 불공평한 조건에 시험을 치르고 있다는 이유를 든다.

울릉도에도 수능 고사장을 설치해 달라는 행정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울릉도 고사장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됐던 해는 2017년 포항지진으로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됐을 때다. 울릉도 수험생들이 보름 가까이 포항 객지생활이 장기화됐을 때다. 당시 울릉도 수험생들은 11월 10일 울릉도를 출발, 16일 시험을 치르기로 돼 있었지만 15일 포항에 지진이 발생하면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기 때문이다.

2018년 6·3지방선거 때 경북도 교육감 후보였던 임종식 현 경북교육감이 울릉도 수능시험장상설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울릉도 수능고사장 설치문제에 대해 수용자들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가 반대했다.

결국, 어른들은 수능시험장 상설화 설치에만 관심이 있었지 정작 학생들의 고민은 몰랐던 것이다. 냉정히 말해 표만 되면 공약하고 보는 정치인들의 현실이 맞물렸다고나 할까.

임 교육감은 당시 공약에 대해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로 모든 논리를 끝냈다”고 최근 SNS를 통해 밝혔다.

학생들의 입장은 매우 현실적 이유가 있음을 설문조사에서 보여주고 있다.

수능시험을 마치면 곧바로 대학에 따라 바로 수시모집 대학별 면접시험이 이어진다. 만약 울등도 현지에서 수능시험을 치르고 다음날 날씨가 나쁘면 수시모집 면접이나 실기고사에 응시할 수 없어 대입시험을 망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차피 일찍 육지로 나가 수능시험을 치고 수시 면접시험에 참가해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다. 포항에서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울릉도 학생들이 조기에 포항으로 나가는 것은 1980대 초 학력고사 도입 때 시작됐다. 과거에는 공부할 주변 환경도 열악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2010년부터 경북도교육청이 숙박비 등 체류비 일체를 부담하면서 여건이 좋아졌다. 경북도교육청의 세심한 배려를 통해 학생들에게 면학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포항해병대의 협조로 공부할 장소, 숙박, 식사 등이 거의 완벽하게 지원돼, 학생들에게는 크게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 지도교사들의 설명이다.

울릉도에 대학이 없고 모두가 울릉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울릉도 수능시험장 상설화는 불가능한 담론이다. 아니 낭비적이다. /김두한기자

    김두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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