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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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능이 치러졌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학생들이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는 자괴감으로 괴롭다. 1973년에 주요 고교 입시가 폐지되기 시작했다. 각 시도별로 명문교들의 입시는 폐지되었다. 당시 대통령의 아들 입시 때문에 고교입시가 폐지된다는 루머가 있긴했지만, 시도별로 명문고교가 있어 고교입시가 너무도 치열하였기에 고교입시를 폐지하고 평준화시켜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겠다는 뜻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후 4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창의적인 교육은 우리와 멀고 노벨상은 아직도 요원한 현실이다.

정부는 지금 다시 평준화의 망령을 꺼내 들었다.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성화 고교를 없애겠다고 한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시발점이었다.

이러한 마당에 대학에는 정시모집 비율을 늘리라고 압박을 가하고 또 강사 숫자를 늘리라고 하고 강사 숫자가 적은 대학은 지원을 제한한다고 한다.

도대체 학생이 실험의 대상인가? 아니면 포퓰리즘의 희생자인가? 특성화 고교 폐지와 정시모집 증가는 상호 모순이지만 포퓰리즘 과정으로는 서로 호응이 된다. 강사 숫자를 줄여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라는 주문은 언제이고 다시 일자리 창설을 위해 강사 숫자를 늘리라고 한다. 교육부에서는 “강사 숫자가 이리 적으면 교육부 지원은 포기하는거죠?”라는 협박같은 말을 종종한다고 한다. 중고교생들의 갈팡질팡은 고사하고라도 대학도 갈팡질팡이다. 갑자기 강사 숫자를 늘린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자사고 등 특성화 고교가 학교서열화의 주범이라는 것인데 도대체 서열화를 거부한다면 어떤 발전이 있을 것인가? 강남의 명문고 학군이 부활할 것이고 또다른 서열이 생길 것이다. 학교 서열화의 득실은 무엇이고 서열화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고 그것이 고교만의 문제인가를 냉철히 살필 필요가 있다.

평등교육이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지 교육수준의 평등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수준은 각각의 수준과 다양한 능력에 맞게 제공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고교의 필요성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평등교육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한다면 자사고나 특목고 폐지가 우리 교육의 정답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올바른 평등교육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는 자사고 등 특목고 폐지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선진국처럼 고교평준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고교는 존재하여야 한다.

정시모집 확대도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그동안 수시모집 확대를 강요하여 많은 대학들이 수시모집 위주로 편성되는 상황에서 다시 수능위주의 정시모집 확대는 대학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고교와 대학들은 정권에 따라 시류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정책에 신음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말한다. 대학들도 고통에 헤매고 있다. 언제까지 학생들이 실험의 대상인가? 언제까지 교육이 정치적 논리의 희생양인가? 선거 때문에 교육정책을 만드는가?

제발 자율시장에 맡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