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쪽같은 그녀’ 내달 개봉
할머니·소녀 특별한 가족만들기
‘말순’ 역 나문희, ‘공주’ 역 김수안
65년 나이 차 뛰어넘는 찰떡호흡

영화 ‘감쪽같은 그녀’.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혼자 살던 72세 할머니 앞에 12살 소녀가 자신이 손녀라고 주장하며 나타난다. 분명 어디선가 봤던 이야기 같은데, 벌써 눈물이 나려 한다.

2000년 부산의 한 달동네. 손수건에 자수를 놓아 팔며 혼자 살던 72세 말순(나문희 분) 앞에 자신을 손녀라고 주장하는 열 두살 공주(김수안)가 찾아온다. 그것도 갓 난 동생 진주까지 업고.

가수가 되겠다며 집을 나간 말순의 딸이 자기 엄마라는데, 무언가 의심스럽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말순과 공주는 정을 쌓아가며 가족이 돼 간다. 젖 동냥하고 마트에서 사은품 기저귀를 ‘슬쩍’하며 진주를 키우던 말순과 공주 앞에 어느 날 큰 비극이 닥친다. 이 비극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와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과속스캔들’(2008), ‘형’(2016), ‘그것만이 내 세상’(2017) 등에서 많이 봐 왔던 설정이다. ‘감쪽같은 그녀’가 기시감을 주는 이유는 이러한 설정이 익숙해서가 아니라 영화가 전개돼 가면서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전혀 새롭지 않아서이다.

영화 ‘감쪽같은 그녀’.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감쪽같은 그녀’.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공주, 할머니의 치매, 과연 실생활에 있을까 싶은 오버스러운 조연들까지. 특히 비극을 심화하기 위해 갑자기 진주를 입양하겠다는 부부가 나타나는 장면은 개연성이 부족하고 작위적이기까지 하다. 배경이 2000년대가 아니라 1970∼1980년대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고리타분한 신파 영화인 데다 어느 장면이 관객의 눈물을 짜내기 위해 존재하는지 누구나 알아챌 수 있을 만한데도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 덕분이다.

연기 경력 59년의 나문희는 그가 아니라면 말순 역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를 홀로 꽉 채운다. 덕분에 투덜대면서도 귀엽고 속 깊은 말순의 감정에 깊이 몰입할 수 있다.

‘부산행’(2016)과 ‘신과함께-죄와 벌’(2017)로 익숙한 김수안 역시 ‘애 어른’ 공주 역을 맡아 자기 몫을 해낸다. 65년의 나이 차가 나는 이 두 배우의 궁합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연출은 ‘신부수업’(2004), ‘허브’(2007),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2011)의 허인무 감독이 맡았다.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12월 4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