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정책 정당’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기조가 단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일시적인 보여주기 행보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간다면 이미지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단지 집권 여당의 정책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민심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정책을 꾸준히 고안해내되 여당의 특정 정책이 옳다면 과감히 인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여야 비로소 성공이 담보될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그동안 민부론(民富論), 민평론(民平論)을 발표한 데 이어 12일에는 교육정책을 담은 민교론(民敎論)을 제시했다. 민교론에는 ‘기초학력 보장체계 강화’, ‘고졸 희망시대 실현’, ‘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 적극 양성’, ‘교육현장의 공정과 정의 확립’, ‘대학입시제도 정시 확대·수시 전형 단순화’, ‘사교육비 경감제 실행’ 등이 담겨 있다.

스치듯 지나가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여야 5당 대표가 만찬 회동을 한 자리에서 황 대표에게 “책 두 권(민부론·민평론)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은 극적인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 말 한마디로 그간의 ‘일방적 통치’‘불통’이라는 이미지를 상당히 희석하는 효과를 거뒀다. 대통령의 제스처에는 대단한 정략이 숨어 있다.

발표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비판이 합당하고, 여론의 지지가 미약하다면 과감하게 수정·보완 내지는 폐기처분을 결단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정책도 지고지순할 수는 없다는 진실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180도로 달라지는 마구잡이식 정책 급회전으로 인해 심각한 어지럼증을 앓고 있다.

당리당략에 매달려 하고한 날 힘자랑에 멱살잡이만 거듭하는 우리 정치풍토를 개혁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상대 당의 옳은 정책에 대해서 흔쾌히 수용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일이야말로 선진 민주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 나라 안팎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민심을 골고루 아우르는 훌륭한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