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우파정권 잘못에 책임있는 인사들, 이번 선거 쉬어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간의 보수 대통합이 핫이슈로 부각되면서 한국당 내 쇄신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김태흠 의원이 지난 5일 ‘영남권·강남3구 중진 용퇴 및 험지 출마’를 공개 요구하고, 초선인 유민봉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에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쇄신 바람이 크게 일어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는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논란 등을 부른 황교안 대표에게 총선 승리를 위한 쇄신·혁신을 요구하기보다는 백지위임을 통해 황 대표의‘보수통합론’에 무게를 싣고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수도권·충청권 중진 의원들은 12일 오찬 회동에서 ‘보수통합’에 힘을 모으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황 대표는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중진 의원들과 식사하면서 “보수통합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한 의원들이 전했다.

정진석(4선) 의원은 “식사 자리에선 통합을 성공시켜야 한다는데 중지가 모였다. 한 치의 이견도 없었다”면서 “통합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둘 다 강에 빠진다. 강을 건너게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선 원유철(5선) 의원이 통합추진단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심재철(5선) 의원이 황 대표에게 “원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구원(舊怨)이 있다. 통합 작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재고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으나 황 대표는 “그쪽에서 요구한 사람이라 무리 없이 잘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회동에는 신상진(4선)·한선교(4선) 의원도 참석했다.

재선의원 19명도 이날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당 쇄신과 관련해 ‘지도부에 공천 위임 각서를 제출한다’는 입장표명에 그쳤다. 혁신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쇄신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공천 자체가 공천관리위원회와 당 지도부 등의 결정에 달린 일이어서 의원들이 ‘공천 위임 각서’를 제출하는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격이라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중진 의원 용퇴론’에 대해서는 의견교환이 있었지만, 결국 발표에는 빠졌다.

이에 앞서 초선의원 25명이 지난 7일 발표한‘쇄신 성명’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들이 전·현직 지도부와 대권후보군,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했지만, 정작 자신들의 거취에 대해선‘백지위임’에 그쳤기 때문이다.

유민봉 의원 이후 ‘릴레이 불출마 선언’을 통한 물갈이도 불씨가 꺼져가는 모습이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우리 당과 우파 정치 세력이 이렇게 어렵게 되는 과정에서 책임자급에 있었던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의원모임 ‘열린 토론, 미래’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우파 정권이 잘못한 데 대해 억울하지만 책임선상에 있었던 중진 의원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자기를 죽여서 나라를 살리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책임론도 함께 거론하면서 “보수는 품격이다. 품위 있는 퇴장을 함으로써 보수통합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한국당의 쇄신론이 가라앉은 것은 당지도부가 쇄신보다는 보수통합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보수통합의 방향에 따라 한국당의 쇄신 정도도 달라 질 전망이다. 따라서 당내 쇄신의 열쇠는 보수통합을 주도하는 황 대표 등 당 지도부에 일단 쥐어진 모양새다.

당 지도부가 영남과 비영남, 초재선과 중진, 친박과 비박 등 당내 갈등이 폭발할 소지가 있는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해결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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