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더 나은 선택, 더 바른 선택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다. 인간은 그 선택을 인공지능에게 맡기려 한다. 그때 인간은 삶이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뜻하는 AI는 Artificial Intelligence의 약어이다. AI는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을 의미한다. 그럼 여기서 문제. 지능이 있느냐 없느냐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뭘까? 그것은 스스로 선택할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다. 단세포인 아메바도 지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누구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먹이가 있는 쪽으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다른 쪽으로 움직인다. 아메바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선택이라는 것을 한다. 그러니 지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런 것이 지능이라면 승용차도 지능을 가지고 있다. 앞차와의 거리가 너무 바트거나, 사각지대에 차가 있을 때 경고음을 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정도의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이라 부른다. 강한 인공지능은 인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를 강한 인공지능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바둑은 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지구를 포함한 우주의 모든 원자 수(약 10의 80제곱)를 합친 것보다도 월등히 많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최대 250의 150제곱에 달하므로 알파고의 학습능력은 바둑의 모든 경우의 수에 턱없이 부족하다. 알파고는 최선의 착점을 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계산하는데 1초에 1천조 개 이상의 명령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인간의 뇌 역시 1초에 1천조 개의 명령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알파고는 바둑에 관한 정보만을 처리하지만, 이세돌은 바둑 외에 삶과 관련된 문제 전반에 관한 정보도 처리해야 한다. 종합적인 처리 그리고 삶에 생기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결정은 바둑이 가진 경우의 수보다 훨씬 많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는 3천만 개의 수를 학습하였는데, 학습량으로 따지면 인간이 1천 년동안 학습할 분량에 맞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 이를테면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고, 나무와 풀을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은 수천만 년 동안 인간의 DNA 속에 축적되어 온 지식 때문에 가능하다. 인간에게는 하찮은 이러한 능력을 현재의 인공지능은 제대로 익히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런 것에는 정확한 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바둑은 이기고 지는 것이 명확하지만 삶에는 그런 것이 명확하지 않다. 삶은 명확하지 않는 길 위에서 무수히 많은 선택과 만난다. 이 불안정한 삶 속에서 발생하는 숱한 문제는 답도 없으며 데이터도 부족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에 근접하려면 불가해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무어는 18개월마다 반도체 칩에 집적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 수가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런 ‘무어의 법칙’을 바탕으로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 무렵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설 것이라 예언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지점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 불렀다. 이와 함께 진단의학 기술도 함께 발달해 불멸의 시대가 올 것이라 믿으며, 그날까지 살아남기 위해 하루 150개의 알약을 먹는다.

어쩌면 커즈와일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특이점이 찾아오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어려울 것 같다. ‘무어의 법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존재 기반이 무너졌다. ‘네이처’지는 2016년 2월호에서 특집으로 ‘무어의 법칙’을 다루면서 이 법칙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가 ‘무어의 법칙’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컴퓨팅 시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모바일 컴퓨팅은 자꾸만 작은 것을 원하고 있다.

반도체 회로 크기는 계속 작아져서 지금은 14나노미터(㎚)다. 참고로 1㎚는 10억분의 1m에 해당한다. 그런데 모바일에 사용되어야 하므로 회로가 작아진 만큼 기판도 작아져야 한다. 이 작은 기판에 성능을 높이려면 더 많은 회로를 넣어야 한다. 이 회로에는 전기가 지나간다. 1초에 많게는 1만 번 정도. 작은 회로에 이 정도의 전기가 지나가면 열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도 아주 높은 온도의 열이 발생한다. 뜨거운 감자도 아닌 뜨거운 스마트폰이라니! 이런 스마트폰을 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공강일 서울대 강사·국문학
공강일 서울대 강사·국문학

정리하자면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은 인공지능에 대한 꿈을 이루기엔 무리가 있다. 우선 인간이 지닌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인간은 답이 주어지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서도 기어이 길을 찾아낸다. 이러한 인간의 역설적이고 지난한 삶의 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연산능력만 인간과 동일하게 만든다면, 인공지능이 뛰어넘은 것은 인간의 지성이 아니라 인간의 계산능력에 불과할 것이다.

다음으로 물리적 차원에서 특이점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다. 인간의 뇌는 1초에 1천조에 달하는 명령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빠르게 뇌가 작동할 테지만 뇌에 불이 붙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이 정도의 횟수의 전류를 흘려보내도 감당할 수 없는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기판을 사용하지 않는 양자 컴퓨터와 같은 기술이 상용화되는 것 역시 요원하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