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준한 산악으로 둘러싸인 알프스 출신의 신학자요 종교개혁가인 쯔빙글리의 어릴 적 이야기입니다. 알프스의 한 산자락을 산보하고 있던 쯔빙글리는 낭떠러지 위의 좁은 비탈길에 염소 두 마리가 대립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마리는 위로 올라가려 하고 다른 한 마리는 아래로 내려가려 합니다. 워낙 좁은 길이라 서로 비켜 갈 수 없었는데 이 둘은 뿔로 상대방 염소를 받아 밀어내고 자기가 먼저 지나가려 다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염소는 모두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져 죽고 말았지요.

얼마 후 쯔빙글리는 산보를 하다가 또 그 장소에서 염소 두 마리가 마주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이번에도 둘이 싸우다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하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한 염소가 좁은 비탈길에 엎드리고 고개를 숙입니다. 다른 염소가 그 위를 밟고 지나가지요. 그러자 엎드렸던 염소가 일어나 산 위로 올라갑니다. 쯔빙글리는 이 염소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나도 저렇게 남에게 양보하자!”

이후 평생을 남에게 양보하며 살아간 쯔빙글리는 수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위대한 사상가로 명성을 떨칩니다.

자신의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 세 명의 사위 후보자들에게 손거울을 선물한 임금을 기억하시나요? 3년 여행 기간 동안 세 번째 후보자는 그 거울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지혜임을 깨닫지요. 임금의 테스트에 멋지게 통과합니다.

우리에게는 손거울 대신 연필 한 자루와 노트가 필요합니다.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거울입니다. 질문을 쓰고 찬찬히 답을 정리하며 캐물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쯔빙글리가 염소의 양보를 보면서 인생의 의미를 터득했듯 내 노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삶의 비밀을 깨닫는 순간이 차고 넘치는 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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