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구조물에 의지한 채 위태로운 거주
철제 구조물에 의지한 채 위태로운 거주
  • 황영우기자
  • 등록일 2019.11.11 20:30
  • 게재일 2019.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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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발생 2주년 (하)

포항지진 이후 여전히 일부 거주민들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한미장관맨션 ‘가’동의 모습. /황영우기자

흥해 피해지역 상흔 여전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 주목받은

대성아파트 외벽에 난 금 그대로
한미장관맨션은 지하 물 차올라
위험한 거주 이어가는 주민들
“집 박살났는데도 보상 못 받아
지진특별법 통과만을 바랄 뿐”
“아직도 그날의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지진이 포항시민들의 삶에 생채기를 낸 지 2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도 지역주민들은 지진 당시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있다. ‘지진특별법’의 통과를 간절히 기다리는 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직 피해지역 곳곳에는 상흔이 남아 있다.

11일 오전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일원. 이 곳은 ‘11·15 포항지진’당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현장이다. 이 아파트 E동은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져 여타 언론들의 안타까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성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텅빈 경찰 이동 초소와 함께 굴러다니는 쓰레기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금이간 아파트 외벽과 무성한 잡초들, 떨어져 깨진 창문들이 그날의 시간에 멈춰있었다.

‘사용가능’이라고 붙여진 대성노인정은 ‘혹여라도 무너지진 않을까’하는 주민들의 우려 속에 사용이 중단된지 오래다. 한때 주민들의 인사를 주고받던 경비실도 굳게 문이 잠겨있다.

A∼F동까지 있는 대성아파트 중 D·E·F동은 모두 입구가 녹색 철제 울타리가 쳐져 출입이 차단돼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언론 등의 출입과 만에 하나 있을 건물 붕괴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됐다고 한다.

인근의 한미장관맨션은 현재까지도 ‘가’동이 철제 받침 구조물에 의지한 채 주민들이 ‘위태한 거주’를 이어가고 있다.

 

포항지진 당시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진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던 대성아파트 E동.  /황영우기자
포항지진 당시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진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던 대성아파트 E동. /황영우기자

지하에는 원인모를 물이 계속 차오르고 있고 비가 오면 벽 틈 사이로 물이 새어나오고 있다. 거주하는 주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신모(70·여)씨는 “비가 새는 건 물론이고, 아직도 집 안에서 불안에 떨며 살고 있다”며 “하루빨리 지진특별법이 통과돼 전반적인 보상 등이 이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성아파트 A∼C동과 한미장관맨션 가∼라동 주민들은 왜 불안한 거주를 계속하는 것일까?

일부 거주민들은 “어찌보면 정부에 대한 항의의 몸짓일 수도 있다”며 “집이 박살났는데도 전파 판정을 받지 못하는 등 제대로된 보상이 이뤄지질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한미장관맨션의 경우, 지난 6월 27일 포항시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당시 한미장관맨션 측은 포항시가 시행한 정밀안전점검에서 한미장관맨션 4개동의 시설물 안전등급을 ‘약간의 수리가 필요한 수준’인 C등급으로 판정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구조진단업체에 따로 조사를 맡겨 2개 동은 D등급, 2개동은 E등급 판정을 받았었다.

주민들은 업체 조사결과에 따라 포항시가 보상·긴급 주거지원·이주·재난지원금 등을 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끝내 법정에서 기각돼 감정의 골을 남긴 상태다.

한 주민은 “대성아파트 측도 시와 협의가 전부 완료되지 않아 철거작업이 아직 들어가지 않은 상태고, 한미장관맨션도 시와 법정소송을 벌여 협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갈등상태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흥해지진특별도시재생사업에 따라 전파 판정을 받은 6곳 건물에 시가 토지보상법에 따른 매입을 추진중이다”며 “대성아파트의 경우, 총 260세대 중 246세대가 협의된 상태”고 말했다.
 


포항지진 발생 직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일대에서 부산대 연구팀이 지진 영향으로 국내에서 최초 발견된 액상화 현상을 조사하고 있는 모습. /경북매일DB
포항지진 발생 직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일대에서 부산대 연구팀이 지진 영향으로 국내에서 최초 발견된 액상화 현상을 조사하고 있는 모습. /경북매일DB

송도동·동해선 철도 부근 액상화 우려

흔들린 포항지역 지반은

산업화 과정서 형산강 하류 매립
지반자체 취약한 성질 띠고 있어
신규 건축 때 말뚝기초 공사하고
기존 건축물 지반 보강 실시해야

포항지진은 건축물과 지반 균열과 붕괴, 땅끌림 등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액상화 현상으로 인한 건축물 안전도 문제가 제기됐다. 조사결과 포항시 남구 송도동 일부지역과 동해선 철도 부근 논·밭 일대가 ‘액상화’ 현상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액상화는 물을 머금은 모래(사질토) 지반에 지진 진동이 가해지면 흙입자 사이에 수압(간극수압)이 상승해 지반 본연의 강도를 잃어 버림으로써 흙입자와 물이 서로 분리돼 마치 지반이 물처럼 흘러내리면서 약해지는 것을 말한다.

11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11·15포항지진’ 발생 이후, 1978년 기상청 계기관측 이래 국내 최초로 포항지역에서 액상화 현상이 발생했다. 이후 시는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함께 액상화 위험도 조사에 착수했다. 지반자료 수집 및 분석 대상은 포항지역 내3천169공이다.

포항지역은 지질 특성상 망천리 인근 논지역과 형산강 하구 및 중류지역에 충적층(점토, 모래, 자갈)이 분포돼 있다. 1960년대 말부터 산업화 및 도시화 과정으로 인해 형산강 하류지역을 매립하면서 지반자체가 취약한 성질을 띠고 있다. 이에 충적층과 매립층이 위치한 송도동 등 일부 주택지와 철도·도로 등 기반시설의 지반인 논·밭에서 높은 LPI(Liquefaction Potential Index, 지반액상화지수)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조사기관의 분석이다.

송도동 일대 주요 액상화 발생지역은 망천리 내평정미소 앞, 송림공원, 송도동 신흥주택, 송도동 송북주택 등이고 이밖에도 송도동 일대 22곳이 액상화 현상으로 신고가 접수된 바 있다.

동해선 철도지역의 경우, 인근 논·밭 25개공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매우 높음은 6공, 높음은 19공이다.

조사기관은 GPR(Ground Penetrating Radar, 지표 투과 레이더 조사)를 이용해 지난 2017년 1차 조사에서 6개 지점 동공을, 같은해 2차 조사에서 25개 지점 동공을 탐사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포항시에 통보한 후 지난해 1월 7일 모르타르(콘크리트의 주재료) 주입 등 응급복구를 완료했다.

측정은 끝났지만, 조사기관은 향후 대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의 건축구조기준에 따라, 액상화 평가결과 대책이 필요한 지반의 경우는 “지반개량공법 등을 적용해 액상화 저항능력을 증대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신규 건축을 할 때는 말뚝기초에다 지반보강을 병행해야 하고, 기존건축물 보강의 경우, 지반을 보강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조사기관은 한국형 액상화 대책 수립을 위한 연구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월 액상화 연구 기획보고서 작성 착수를 시작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획재정부 예산대응으로 대책 가시화를 진행한 다음, 올해 포항시를 시범지역으로 액상화 위험도 평가기법 및 위험지도 제작을 실시 중이다. 또한 기존 주택지 액상화 방지공법 연구 등도 함께 병행 중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우리 포항시에 한국 최초로 액상화 현상이 나타난 만큼, 정부 기관과 긴밀한 협조 아래 추가 대책 마련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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