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고 학생 27명 포항行
해병대 청룡회관서 합숙
막바지 수능 공부 총력전

포항청룡회관에서 대입 수능에 대비 공부하는 울릉고 3학년 학생들.

[울릉] 울릉도 유일의 고등학교 울릉고(교장 박재형) 3학년 수험생들이 포항에서 막바지 수능 공부에 열심이다.

울릉고 수험생 27명은 지난 10일 여객선을 타고 포항에 도착, 포항 해병대 청룡회관에 짐을 풀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울릉에는 육지와 217km나 떨어져 있어 수능시험장을 설치할 수 없다.

시험 당일 이른 아침 각 고사장으로 문제지를 배부해야 하는데 시험 날 아침에 포항에서 울릉도로 시험지를 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상이 좋지 않아 여객선 결항이 잦아 시험을 보러 포항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수능 일주일 전에 집을 떠나 포항에서 합숙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80년대 초 학력고사 도입 당시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수험생들은 이번에도 갈아입을 옷과 문제집, 교과서 등을 준비해 포항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머물며 공부하고 있다.

올해는 청룡회관의 배려로 남녀 학생 숙소를 2, 3층으로 구분했고, 공부는 지하 1층 무궁화홀에서 함께 하도록 했다.

숙박비는 경북도교육청이 지난 2010년 입시 때부터 부담하고 있다.

인술책임자 김종달 교감은 “울릉에서 수능시험을 치르면 좋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고생을 감내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도 향후 세상을 살아갈 학생들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권기현 부장교사는 “청룡회관에서 학생들을 배려해 학생들 외 다른 분들의 객실 예약을 받지 않아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수능시험 문제지를 이틀 전에 전국에 배포하기 때문에 날씨 문제로 울릉도까지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섬 지역에서 문제지를 인쇄하는 것도 보안상 어렵다”며 “울릉도 수험생 입장을 고려,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고등학교는 지난 8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격려 행사를 교내에서 가졌다.

1, 2학년 학생들은 3학년 수험생들에게 손수 작성한 응원 메시지를 전달했고, 교직원들은 준비한 선물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격려했다.

최서니 3학년 학생은 “후배들과 선생들의 따뜻한 격려 덕분에 더 힘이 난다”며 “무사히 시험을 치르고 오겠다”고 말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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