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홍 섭

키가 크려는지

아내는 자꾸만 악몽을 꾼다

꿈을 대신 꾸어줄 수는 없는 일

하지만 아내는 내가 곁에 없어 그런다고

팔을 당긴다

그러면

철없는 기러기처럼

행장만 꾸리는 남편도 머쓱해져

다시 짐을 풀기도 하는 것인데

선잠 든 아내의 숨결이 고를 때까지

내 숨결도 고르다 보면

이 세상

꿈까지 동행할 수 있는 길이란

참으로 드문 길이라

아내의 고른 숨결 속으로

내 고단한 숨결도

가만가만 보태어보는 것이다

오랜 세월 절집에서 은거하던 시인이 집으로 돌아와 오래 비워둔 방에 내린 어둠을 걷어내고 아내와 자신의 숨결로 채우려 하고 있다. 가만히 아내의 꿈결에 들어 아내의 숨결과 함께 가고자 하는 시인의 따스한 사랑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