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달라진 것 없이… 2주년 맞은 포항 11·15 지진
촉발지진 결론에도 사과 없고
특별법안 상임위 소위서 낮잠
천문학적 피해액에 경제 피멍
정부 수습노력 겉도는 상황에
정치권 당리당략 치우쳐 한심
주민들 “이젠 지쳐 포기 상태”

“2년이나 지났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발생 2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지역민들의 분노와 원망이 수습되기는커녕 커져만 가고 있다.

<관련기사 4·6면>

지난 3월 20일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물 주입 때문에 촉발됐다는 정부조사단의 최종 결론으로 상황이 급반전됐음에도 지열발전에 관여한 정부나 관련 기관으로부터의 공식 사과조차 없다.

검찰 역시 발표 8개월만인 이달 5일에서야 뒤늦게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넥스지오 등 4곳을 뒤늦게 압수 수색했다.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지진특별법 제정은 정치권의 기싸움으로 아직 관련 상임위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상경시위도 몇 차례 했지만 피해자들은 “거의 포기 상태”라며 자조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지진관측 사상 역대 2번째 규모인 5.4지진(포항시 북구 북쪽 7.0㎞에서 발생)은 인명피해 118명(사망 1, 부상 117), 이재민 2천여명, 시설 피해 5만6천566건, 피해추정액 3천323억원(한은 포항본부)에 이르는 지역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되고 있다. 규모 2.0 이상 여진이 100회나 이어졌고, 시민 41.8%가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하는 등 지진 충격은 현재 진행형이다.

간접적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인구 감소가 첫 번째다. 지진 바로 전달인 2017년 10월 51만4천123명이던 포항시 인구가 올 7월에 50만8천442명까지 줄어 50만명 붕괴위기에 처해 있다. 자칫 50만명선이 무너지면 2개의 구청도 문을 닫아야 하는 등 시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도 추락하게 된다. 2017년 연간 35만명이 찾던 관광객도 2018년에는 10만명으로 내려앉았다. 아파트 가격도 전용면적 85㎡ 기준 최고 1억여원이 하락했다. 가격이 내렸지만 거래는 얼어붙어 지진 이후 공동주택거래량은 47%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매업 매출액은 20.8% 급감했고, 자영업자 점포 평균 공실률이 9.4%(장량동 23%)에 달하는 등 사회·경제적인 수치에 적신호가 들어온 지 오래다.

지진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포항시민들이 받은 실제 피해는 수치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김경대 한동대 교수는 ‘11·15 포항지진 피해지역 도시재건을 위한 포럼’에서 촉발지진에 따른 피해액을 13조7천568억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신속한 수습이 절실한데도 정부와 당국의 수습은 걸음마 수준이다. 지자체 차원의 피해 및 시설 응급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 겉보기에는 수습이 말끔히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진으로 인한 내상은 깊기만 하다. 피해 보상 등 근본 해결에 이를 중앙정부와 국회 차원의 대책은 원점을 맴돌고 있다.

특별법의 경우 포항 북구가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발의한 2건을 시작으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과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으나 정치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여야가 원론적 측면에서는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각론격인 포항지진 특별법 내용을 놓고는 서로 부딪히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당리당략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자칫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산자위 및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특별법은 자연스럽게 폐기된다.

정부도 특별법이 제정되면 그에 따르겠다는 식으로 뒤로 숨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수차례 상경시위에 나선 것은 이런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책임자 처벌 및 손해배상을 위한 ‘11·15포항지진 손해배상 소송’ 역시 지난 10월 14일 2차 변론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열렸으나, 피고 측인 정부와 넥스지오 측 변호인들은 의미 있는 답변을 하지 않고 소극적인 자세만 보였다. 최대 피해지인 흥해읍의 한 주민(61)은 “특별법이니 보상이니 그런 것들은 잘 모르겠다”면서 “지진이 인위적으로 발생했으니 분명 책임자가 있을 것이고, 그 책임자가 나서서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아직 없다는 허탈감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원식 공동위원장도 “시민들은 지진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는 것을 알기 원한다”면서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을 계기로 빠른 원인규명이 이뤄지고, 특별법도 속도를 내 지진 수습이 신속하게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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