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2년,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 찾아 가 보니…
차가운 바닥에 여전히 200여 개 텐트 빼곡히… 1평 남짓 텐트안엔
화재 위험에 전기장판 사용 못해 박스 등으로 바닥 냉기 겨우 막아
“둘 데 없는 헬멧보다 차라리 내복·이불을…” 제대로된 지원 요청
이재민들 “정부, 우릴 버렸나” 지진특별법 처리 지연 등 불만 거세

지열발전소로 말미암은 11·15 촉발지진 발생 2주년을 앞둔 10일 오후 이재민 대피소인 포항 흥해체육관 주변에 이재민의 요구 사항을 담은 구호들이 걸려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정부는 우리를 버렸지만, 우리는 끝까지 싸워서 이겨낼 겁니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피해 주민들이 이재민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9일 찾은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은 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버린 듯했다.

체육관에는 200여 개의 텐트가 여전히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쳐져 있다. 2년전 지진 발생 때의 모습 그대로이다. 체육관 여기저기 걸려 있는 ‘이게 나라냐 언제까지 방치할 거냐’, ‘돈도 필요 없다 한미장관 복구시켜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오후 9시 30분께가 되자 이재민들은 곧 있을 소등 시간에 대비해 하나둘씩 취침 준비에 들어갔다. 이재민들은 화장실로 가 양치와 고양이 세수만 한 뒤 텐트로 향했다. 그들은 수면 양말, 패딩 점퍼, 마스크, 털모자를 착용하면서 추위와 싸우기 위해 단단히 무장했다. 이재민들은 포항시에서 제공하는 손난로 2개를 받고 나서야 취침 준비가 끝났다. 2년째 이어온 일상인 듯 자연스럽다.

1평 남짓한 텐트는 좁고, 건조했다. 이재민들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 위해 종이 박스와 매트를 겹겹이 쌓았지만, 추위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전기장판을 사용하는 것은 화재 발생의 위험성이 있어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 이재민들은 손난로 2개에 의지한 채 오들오들 떨며 새우잠을 청하고 있었다. ‘콜록’ 거리는 소리와 ‘추워’ 하는 소리가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한 이재민은 추위를 견디지 못해 일어났고,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아 와 그 훈기를 느끼며 간신히 잠을 청했다.

이순옥(73·여)씨는 “이게 개집이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은 아니다. 짐승도 아프면 병원에 데리고 가는데 우리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며 “정부가 멋대로 지열발전소를 지어 놓고 그 피해는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나도 내 집에서 자고 싶은데 집이 무너지고 비도 새 그러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이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울먹였다.

최모(80·여)씨는 “10년 동안 폐지를 수거해 모은 돈으로 내 집을 마련했고, 그곳에서 살면서 나는 매일 행복했다”며 “이곳에서는 몸과 마음이 매일 아프고, 약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고 불평했다.

그는 또 “얼마 전에 지진이 발생하면 머리를 다치지 말라면서 어디 둘 데도 없는 헬멧을 받았다. 엉뚱한데 돈 쓰지 말고 차라리 내복이나 이불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올해 3월 포항지진이 정부조사단에 의해 지열발전소로 인해 발생한 촉발 지진으로 밝혀지자, 이재민들도 신속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지진 특별법에 대한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이재민들의 민심은 분노로 치닫고 있다.

김모(67)씨는 “시장, 대통령, 국회의원은 지진 발생 직후에 사진이나 찍으러 왔지 그 뒤에는 단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며 “정작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등 따시고 배부르게 잘 살고 있는데 우리가 여기서 이러한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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