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 빅텐트’ 구상을 읊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 우파의 모든 뜻있는 분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통합협의회 구성을 제안한다”며 보수통합 공론화를 선언했다. 황 대표의 통합 구상이 대체 어떤 모습인지 그 설계도의 얼개를 정확하게 가늠키는 어렵다. 그러나 그 실체가 ‘혁신 비전’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닥치고 통합’이라면 어느 모로 판단해보아도 ‘꼬마 한국당’으로나 귀결되는 필패(必敗) 카드일 수밖에 없다는 예견이 앞선다.

황 대표가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시민단체 등 범보수권을 향해 내놓은 통합 제안의 조건 중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간판 교체’ 부분이다. 그는 ‘제3지대 대통합’과 관련해 ‘한국당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간판을 달 수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런 부분도 포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황 대표의 발언 이후, 여러 논란이 있지만 가장 큰 변곡점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다. 이 문제는 누가 뭐래도 보수통합 과정에서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첫 번째 라인의 가장 까다로운 허들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던진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화두는 그래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매듭은 피해 갈 수 있는 관문이 아니다. 떨어져 나갈 정치세력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예 ‘보수통합’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 옳다.

모든 환경을 무시하고 오직 ‘반문연대(反文連帶)’나 ’수구꼴통’의 논리만으로 깃발을 드는 것은 호박에 줄 그어서 ‘수박’이라고 우기는 저질 코미디에 지나지 않는다. 야권분열과 ‘꼬마 한국당’의 등장이라는 초라한 결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 허리에 매서는 바느질을 할 수 없는 법이다. ‘개혁’의 싹수가 증명되지 않는 보수에 지지를 모아줄 국민은 없다.

‘총선은 회고적 투표’라는 속설에 취해 ‘정권심판’이라는 단순 프레임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헛발질이다. 이미 ‘탄핵의 강’을 앞장서 건넌 민심은 강 저편에서 미래를 정밀 평가하는 투표를 채비하고 있다. 과거 연장을 위한 현재의 통합은 결코 매력적인 선택을 견인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