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관점이 다르면 해석이 달라진다. 중국의 프랑스어학과 교수 우훙먀오와 프랑스 철학자 크리스틴 카욜의 <동양인은 모나리자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에서 두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두고 서로 다른 관점과 해석을 주고받는다. 카욜은 ‘모나리자’를 보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떠올리지만, 우훙먀오는 ‘모나리자는 누구인가? 주변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가?’가 더 궁금하다.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서양과 개인보다는 집단의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의 가치관이 흥미롭게 충돌한다.

‘모나리자’만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고, 가장 많은 예술의 대상이 되고, 가장 많이 패러디되는 예술작품도 드물다. 나는 ‘모나리자’하면 다 빈치나 루브르 박물관이 아니라 조용필의 노래가 떠오른다. 명화의 조건은 ‘가장 고귀한 미적 가치를 제공하는 작품’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상징’이라는 관점에 동의한다. ‘모나리자’만큼 스토리텔링이 많은 그림도 드물다. 어쩌면 그 많은 스토리텔링 덕분에 유명해진건지 모른다.

1911년 8월 22일, ‘모나리자’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2년 뒤에 범인이 잡히는데 놀랍게도, 청소실에서 숨어 있다가 외투 속에 숨겨서 갖고 나왔다고 한다. 범인은 루브르의 직원이었던 이탈리아인 빈첸초 페루자였다. 그 일로 루브르 박물관을 비판하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 파블로 피카소까지 조사를 받는다. 페루자는 이탈리아 그림을 이탈리아에 돌려주기 위해 그림을 훔쳤다고 주장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이 일로 피해 본 사람이 없다. ‘모나리자’는 더욱 유명해졌다.”는 페루자의 변론이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이후에도 ‘모나리자’를 향해 황산과 돌멩이, 페인트, 도자기가 날아들었다. ‘모나리자’는 그야말로 수난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우훙먀오처럼 ‘모나리자’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일반적으로 피렌체 상인 조콘도의 부인 리자(Lisa)라는 설이 우세하지만, 다빈치의 어머니 카테리나, 동성 애인 살라이, 다 빈치 자신이라는 설도 있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모호하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까닭은 스푸마토 기법 때문이다. 스푸마토는 ‘연기’라는 이탈리아어 ‘푸모’에서 나온 말로 연기처럼 영역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럽고 미묘하게 처리하는 기법이다. 다 빈치는 ‘모나리자’를 1503년에 그리기 시작하여 4년 만에 완성했지만 이후에도 여러 번 덧칠했다고 한다.

원병묵 성균관대 교수는 “스푸마토 기법은 모나리자의 은은한 미소를 만들어 주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법을 쓸수록 얼굴 피부가 갈라지는 크랙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스푸마토 기법의 숙명은 아름다움을 영원히 가꾸고 싶지만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과 닮았다”라고 썼다.

사연 많은 ‘모나리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유명해질 것이다. 사연 많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스토리텔링으로 가득 찬 인생이라면 괜찮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