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동해안 충돌사고 136건
대부분이 ‘운항 부주의’로 발생
조업성수기 겨울엔 기상여건 악화
선원 확보 못해 선장 등 업무 가중
졸음항해 유발, 사고로 이어져
조업 중 화물선 충돌사고도 잦아
행정기관 차원 안전시스템 시급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동해안에 어선 충돌과 좌초 등 해난사고가 되풀이돼 사고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동해안의 겨울은 오징어와 대게, 문어, 꽁치, 정어리, 대구 등 동해안 대표 어종들의 조업 성수기로 연근해 어선들이 대부분 출어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10월 이후 동해안은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치는 기상특보상황이 자주 발효되는 등 기상여건도 최악이다. 여기에다 선원 구인난으로 승선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밤샘조업 등 과중한 업무에 지친 선장들의 졸음항해로 인한 어선충돌이나 좌초 등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겨울철 동해안은 각종 해난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7일 밤 12시 30분께 울진군 후포항 남동쪽 37㎞ 해상에서 오징어잡이 선박(29t)과 통발어선(8t)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통발어선이 뒤집어지며 선원 6명이 바다에 빠졌다. 이들 선원들은 오징어잡이 어선에 의해 모두 구조됐다.

앞서 지난 2일 오전 3시 59분께 경주시 감포항 동쪽 3.7㎞ 해상에서 감포선적 감포선적 4.43t급 통발어선이 전복돼 선장 A씨(60)가 실종되고 동승했던 A씨의 부인 B(54)씨는 출동한 해경에 구조됐다.

해경의 조사 결과 이 통발어선은 인근 해역을 지나던 화물선에 받쳐 전복된 ‘해상 뺑소니’사고로 드러났다.

7일 포항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선박간 충돌사고 건수는 지난 2016년 52건, 2017년 30건, 2018년 36건, 2019년 11월까지 18건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의 대다수는 운항부주의(견시 태만)로 조사됐고 이어 정비불량, 관리소홀, 기상악화 순이다.

어민들에 따르면 7∼8t급 통발어선의 경우, 선장을 포함해 4∼6명의 선원들이 타고 있다. 위험하고 고된 업무 특성으로 인해 기피직종이 된지 오래다. 조업철마다 선원을 구하지 못해 승선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출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그나마 외국인 선원들로 간신히 채우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상 조업은 투망(그물을 던지는 작업)과 양망(그물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쉼없이 이어지고 또 적기에 조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배를 운전하는 선장이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항해 책임을 맡고 있는 선장이 양망 등의 갑판 조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피로도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

선원들의 견시(안전운항을 위한 망보기활동)나 조타 지원없이 혼자서 항해를 감당해야 하는 선장은 졸음 항해 위험에 놓인다. 졸음 항해의 대비책으로 대부분의 어선들이 자동항법장치를 이용하고 있고 있으나 항로상에 선박 등의 물체가 나타나는 돌발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게 돼 사고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룡포항에 선적을 두고 있는 선장 A씨는 “100t급 이상되는 원양어선의 경우, 선장뿐만 아니라 1등·2등 항해사들도 있어 서로 교대로 운전이 가능하고 직접적인 일도 하지 않아 여유롭지만 작은 배들은 항해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선장 한 사람뿐”이라며 “고된 작업과 선박 운항을 병행하다보면 잠이 쏟아질 수밖에 없어 자동운항을 대다수 선장들이 이용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충돌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조업중 화물선에 의한 충돌사고 위험도 높다. 어선들이 바다에 어구를 던지고 다시 거둬 들이는 조업을 할 때 배가 일시적인 정지상태가 되는데 이 때가 취약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주변의 운항 선박의 움직임에 적시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 선장이 선원들의 조업을 지시하면서 주변 선박 운행 여부를 동시에 확인하기 어려워 화물선 추돌사고를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

포항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어자원 고갈로 인한 원거리 이동 및 장시간 조업, 선원난에 의한 선원의 고령화, 외국인 선원 승선으로 인한 조업숙련도 저하, 해상기상여건 등 조업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사고 위험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며 “선장과 선원들이 우선적으로 철저한 주의를 기울이고 정부나 행정기관 차원의 안전시스템도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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