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세계로 향하는 창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티브이는 보기 싫고,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혼자 돌아가게 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문득 보니 브루나이 국왕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국왕이냐 하면, 현명하고도 자애롭고도 검소한 국왕이다.

작가 김성한은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시지만 의미 있는 우화적 소설들을 세상에 남긴 작가였다.

그분의 소설들을 가지고 석사논문의 일부를 삼았던 나는 나중에 그분께 전화를 드리기도 했는데, 그때는 일본으로 떠난 작가 손창섭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당신은 몸이 아프시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삶의 막바지에 와 계시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도 몹시 송구스러웠지만 얼마 후 그분이 세상을 떠나시고 나자 뭣보다 그때 당신의 소설세계에 관해 여쭈어 보지 못한 것이 몹시 죄송스러웠다.

그분이 남긴 소설 중에 ‘개구리’라는 것이 있다. 개구리들이 지도자를 얻고 싶어 제우스 신에게 가서 비는 이야기였다. 제우스 신은 처음에 코웃음을 치지만 하는 수 없이 통나무 하나를 내려보내 주는데, 지도자를 원하는 개구리들이 그에 만족했을 리 없다. 더 힘센, 살아있는, 왕 같은 지도자를 원하는 개구리들에게 제우스는 황새를 내려준다.

개구리들은 황새에게 잡아먹히고 제우스에게 황새를 얻어온 얼룩이는 그 찌꺼기를 먹고 지도자를 청하기를 반대한 초록이는 수배자 신세가 된다….

브루나이는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 북부 해안에 위치한 인구 43만의 작은 나라로서 이슬람 술탄 국왕이 통치하는 군주제 국가다. 15세기에 이슬람 왕국이 세워진 이래 절대 군주에 의한 통치가 이어지고 있는데, 630년쯤 되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현재의 볼키아 국왕도 즉위한 지 50년 이상 된 듯한데, 그 나라 것은 ‘뭐든지’ 그의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백성들을 끔찍히 아끼고 돈도 아예 현금으로 나누어 주고 가난한 사람도 공짜로 대학 다니고 수술도 받을 수 있단다.

민주주의가 뭐냐, 현대국가의 지도자란 무엇이냐 하고 따져도 답은 잘 나오지 않는다. 원유와 천연가스가 나오는 나라라서라지만, 부자라고 해서 모두 볼키아 국왕 같을 수 없음은 미국만 봐도, 중국, 일본을 봐도 알 수 있다.

왕이 되려면 ‘적어도’ 브루나이 볼키아 국왕쯤 되어야 왕답다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다. 백성을, 국민을 내 몸처럼 아끼고 헌신할 줄 아는 지도자가 아쉬운 세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