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서점에 깔리기까지 아무도 책의 운명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팀장은 출시 첫날 G문고 반응을 살피더군요.“광화문 점에서만 12권 팔렸습니다!” 팀장이 밝은 표정으로 들어오며 외친 말입니다. 1쇄 3천로 감당이 안되어 즉시 2쇄에 들어가야하는 상황입니다. 일주일에 만 권 이상 몇 달을 멈추지 않고 팔렸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일’에 무관심했구나, 사람들의 마음이 참 힘들었구나, 절절히 깨달을 수 있었던 경험입니다.

‘경청’은 발간 1년만에 50만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시대 흐름에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결과입니다. 훨씬 더 좋은 작품도 1천부도 안 팔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시대의 필요에 너무 앞서 가거나 조금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저는 정말 운이 따랐던 거지요.

경청을 쓰면서 내내 한 가지 죄책감 같은 것이 괴롭혔습니다. “나는 경청을 잘 못하는데, 경청을 쓰는 것이 옳은가?” 그때마다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쓰면서 배우고 쓰고 난 후에 잘 하자!”

정말이지 경청을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온갖 논문과 기사들, 책들을 두루 섭렵합니다. 조사의 결론은 딱 한가지였습니다.

“경청의 핵심은 나를 비우는 것.” 이 결론에 도달하는데 몇 달이 걸렸습니다. 스토리의 소재를 내부가 텅 빈 악기인 바이올린으로 선택했습니다. 바이올린이라는 소재가 결정되자 스토리는 아주 다양한 형태로 가지를 뻗기 시작합니다. 작업에 일사천리로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텅 비우는 것. 잘 하고 계신가요? 비운다는 것은 내 이성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대의 말이 내 텅 빈 마음에 스며들도록 먼저 열어두고 상대가 충분히 자신의 뜻을 전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내 뜻을 전하자는 우선순위 정하기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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