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이 5일 ‘영남·강남 3구 3선 이상 용퇴’를 촉구한 것과 관련, 한국당 대구·경북(TK) 의원들이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쇄신을 놓고 당내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쇄신안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TK초재선 의원들조차 TK지역 주민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 본인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영남·강남 3구 3선 이상 용퇴를 주장했다면 진정성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본인은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남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당 흔들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TK지역 중진 의원은 “TK가 보수를 지탱해온 세력들이고, TK의원들이 영남권에서 받춰졌기 때문에 당선됐다. 소위 ‘아무나 꽂으면 당선되니까’ 물러나가라는 거 아닌가”라며 “이는 TK지역 주민들을 무시하는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이제 ‘아무나 꽂으면 당선’되는 시대는 지났다. 세상이 바뀐 것도 모르고 말한 것”이라며 “강남 3구 지역에서도 여당 의원과 여당 구청장 등이 나오는 시대다. 그런 현실도 모른 채 말하는 것은 당을 분열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TK지역의 한 재선 의원도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특정 지역을 겨냥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TK지역 한 초선 의원 역시 “TK지역에서 국회의장, 부의장, 원내대표 등은 배출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들이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인위적인 물갈이는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라며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역을 희생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인적쇄신이 아니라 인재영입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은 TK지역의 정치력이 부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TK지역 한국당 의원들 가운데 초선 비율이 63%다. 국회 평균(37.2%)보다 현저하게 높은 이유는 그동안 우리 지역이 물갈이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라며 “차기 총선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된다면 지역의 정치력에 심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TK지역 정치권 관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인적쇄신을 먼저 얘기할 경우 보수 분열을 일으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선(先) 통합 후(後) 인적쇄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TK지역 한 관계자는 “TK지역에서 우리공화당 뿐만 아니라 기독교당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섣부른 개혁을 시도했다가 보수분열의 단초가 될 뿐만 아니라 반발세력에게 명분을 주는 꼴”이라며 “당이 인위적 물갈이를 요구하면 물갈이 대상이 된 인사들이 무소속, 우리공화당 등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 결국 TK지역에서 민주당의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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