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 성

산 허벅지가 안개에 가려 있었습니다

밑동이 튼튼한 나무들도 예사로웠습니다

따라 오르는 길은 여전하였으나

마루턱 아래 바로 거기

샛길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담홍색 수줍은 길

바람이 스치자

11월 마른 덤불이 발갛게 달아오른 두둑에 서서

나는 얼마나 숨을 헐떡거렸던지

산길 오르다 만난 산마루턱 바로 아래에 난 작은 샛길 하나를 발견한 시인은 숨가쁜 희열을 느끼고 있다. 산길 오르다 보면 샛길을 만나는 것은 예사스러운 일이지만 힘겨운 산행에서 문득 만나는 샛길은 뜻밖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소한 일에서 느끼는 감정을 잔잔한 어조로 풀어내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