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7월 21일. 부유한 가정에 남자아이가 태어납니다. 엄마는 음악가 출신으로 진취적이고 호방한 성격이지요. 의사였던 아빠와 달리 엄마는 거침없습니다. 딸을 갖고 싶었던 엄마는 아들에게 자꾸만 여자아이 옷을 입힙니다.

아들은 엄마와 담을 쌓기 시작합니다. 남성적인 아빠에게 빠져들고 아빠를 평생의 롤 모델로 삼습니다.

가정의 주도권은 엄마가 쥐고 있었고 아빠는 사냥, 낚시 등을 하며 집 밖으로 나돌았지요. 미국이 낳은 20세기 최고의 소설가 헤밍웨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헤밍웨이와 어머니의 악연은 끈질깁니다. 한 번은 헤밍웨이 생일에 어머니가 선물을 보냈는데, 권총 한 자루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자살할 때 사용한 총입니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 헤밍웨이는 만사 제쳐두고 달려갔지만, 어머니가 죽었을 때는 “난 글을 마저 써야 한다. 돈을 부치면 가족들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말했습니다. 슬픈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헤밍웨이의 문체를 하드보일드(Hard-Boiled Style)라고 합니다. 잡다한 수식이 없고 간결합니다. 관찰자 시점으로 무덤덤하게 감정의 개입이 없이 나열합니다. 예컨대 이렇습니다.

“캐서린은 계속해서 출혈을 하는 모양이었다. 의사는 그것을 멎게 하지 못했다.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캐서린이 죽을 때까지 같이 있었다. 캐서린은 줄곧 의식이 없었고, 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헤밍웨이의 문장들은 쉽고 간결해서 읽기 편안합니다. 왜 대 작가가 이렇게 간결한 문장을 사용한 것일까요? 윌리엄 포크너가 한 번은 헤밍웨이의 문체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책에는 어려운 단어가 하나도 나오질 않지요.”

헤밍웨이는 반박합니다. “어려운 단어를 써야만 감동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언어와 절제된 묘사만으로도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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