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재 구

찔레꽃 핀 강굽이

따라 돌면 연화리라네

앵두나무 두 그루 꽃등 켠 공동 우물가

상추 씻던 아낙네들 땅 안 파다

삿대질 쓰라리네

마을 이음 고와서 나그네 발걸음 붙드는데

객지인이면 무조건 땅 사러 온 줄만 알아

돌처럼 굳은 인심 욕설만 무성하네

마루 위에 놓인 고물 라디오에선

소련 대통령 한번 만나기 위해

몇 십억 불 차관 준다는 소리 어처구니없는데

그 돈이면 등짝 휜 농가 부채 지우고도 남을 텐데

피땀 흘려 우리가 번 돈 왜 남의 나라 주는지

골재 채취장에 나간 남편은

대낮부터 술 취해 찔레덤불에 눕고

일당 만 원, 파헤쳐진 강바닥 어디에

마을 이름 닮은 연꽃 한 송이 피지 않고

지난 시절 소련에 경제 원조를 하면서 피폐해진 우리 농촌을 돌아보지 않는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자연에 대한 원망을 통해 현실에 대한 원망을 더욱 강하게 부각시키려는 시인의 역설적이고 강한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