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원 조례에서 한일관계 악화를 이유로 대구국제공항 노선을 철수한 항공사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항이 잘 될 때는 대구시청을 방문해 취항에 협조해 달라고 하더니 한일 무역 갈등으로 승객이 줄자 말 한마디 없이 철수하는 의리 없는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기업을 똑똑히 기억하자”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도 했다. 반면에 대한항공이 손해가 난다고 끊어버린 제주행 항공화물 수송을 맡아준 티웨이 항공에 대해선 대구시도 의리를 지킬 것이라 약속했다.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보이던 대구공항이 한일 무역 분쟁으로 급제동이 걸리면서 다퉈가며 대구국제공항에 진출했던 항공사들이 슬그머니 꽁지를 빼고 있는 데 대한 권 시장의 비판이다.

대구와 일본 간 노선은 대구공항 활성화의 주역이다. 대구와의 비행시간이 짧아 대구시민에게는 인기노선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한일 무역 분쟁에 따른 ‘노 재팬’ 운동으로 항공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자 항공사들도 노선을 줄여 한일 간 12개 노선이 지금은 4개 노선으로 줄었다. 특히 에어부산은 한때 10개에 달하던 노선을 2개로 줄였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구공항의 동절기 항공기 운항편수는 모두 490편으로 올 하절기 편수 684편보다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특히 국제노선의 감축 폭이 매우 컸다.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항공사의 상술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갑작스런 노선 철수로 대구시민이 받아야 할 불편에 대한 배려가 없는 항공사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선택으로 응징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대구시도 대구공항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대구공항은 노선의 적절한 수요만 잘 파악해 운용한다면 공항 활성화가 쉽게 회복될 잠재력 있는 공항이다. 대구국제공항이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 저비용 항공사의 과당경쟁이 노선 철수라는 극단적 결과를 초래했을 수 있다. 지나치게 단거리 국제노선에 치중한 것도 멀리보지 못한 단견이었다.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권 시장의 지적대로 지역이 어려울 때 함께 해준 기업을 기억하고 도와주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구공항의 노선 감소가 대구공항의 재도약의 전기가 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