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홍게잡이 등 사고위험 상존
선원 구인난에 고령·외국인 다수
본격 조업 겨울철엔 기상도 악화
울릉군 내 보건의료원 시설 전부
의료체계 재정비 등 대책 세워야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에 의료진이 없다보니 일어나서는 안될 사고가 났습니다”

헬기 승무원 등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헬기추락 사고의 이면에 자리한 동해안 어업여건이 민낯을 드러냈다는 것이 어민들의 시각이다. 연안어업 전진기지인 울릉도 일원을 중심으로 한 어선들의 안전사고는 대부분 드러나지 않고 묻혀버리지만 겨울철 어로가 본격화되면 사고가 매일같이 반복된다는 것이 어민들의 증언이다.

3일 동해안 어민들에 따르면 기상악화와 소형어선 조업, 선원 구인난과 고령화, 외국인 선원 고용증가 등으로 인해 조업중 안전사고가 다반사가 되고 있으나 통계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울릉도와 독도는 대화퇴(大和堆) 어장을 중심으로 오징어와 대게, 홍게, 새우, 복어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황금어장으로 경북과 강원도, 경남 등지의 어선들이 대거 몰려든다. 이 때문에 태풍 등으로 기상이 악화되거나 응급환자라도 발생하면 울릉도가 긴급 피난항 기능을 떠맡는다.

울릉도에 의료시설 수요측정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울릉도 인근 해역에는 경북과 강원도 지역 통발(대게, 홍게), 복어, 오징어 조업 어선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울릉 의료수요는 주민들과 관광객을 포함한 수치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심해에 그물을 설치하는 소형 홍게잡이 어선의 사고가 특히 많아 의료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대게는 대체로 수심 400m에 통발을 내려 작업을 하지만 홍게는 400m 이하 1천m에 이르는 비교적 심해에서 조업이 이뤄져 사고가 특히 빈발한다는 것. 동해안의 기상악화가 잦아지는 겨울철이면 그만큼 의료 수요도 급증한다는 것이 울릉 어민들의 실토다. 홍게잡이 어선 선장 윤모(56)씨는 “홍게와 대게 조업 시즌이 시작되는 지금부터 10t 안팎의 소형 어선을 탄 선원들은 최악의 해상조업 여건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해에서 조업하는 대부분의 어선들이 사고를 당해 피난항인 울릉도를 찾아도 제대로 된 병원이 없다. 울릉도의 의료시설은 군 복무를 대신해 근무하는 공중보건의로 채워진 울릉군 보건의료원이 전부다. 울릉도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중앙119구조본부, 경북소방본부, 해경 헬기가 출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울릉군 주민 김모(65)씨는 “정부는 울릉도 의료시설을 울릉도 주민 관광객만 생각해서 안 된다. 울릉도와 독도를 중심으로 동해 바다에 떠 있는 수천 척의 어선들도 이용하는 시설이다”며 “또 다른 독도 헬기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울릉보건의료원의 의료인력 보강과 닥터헬기 울릉도 상주 배치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상여건에 못지 않게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은 인력사정이다. 젊은 층일수록 3D일터인 고기잡이 배를 타려하지 않아 빚어지는 극심한 선원 구인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나이든 선원이 대부분이고, 외국인 선원의 고용도 점점 늘고 있다. 고령의 선원들은 체력적으로 과중한 선상업무를 감당하기 어렵고 외국인 선원들은 작업 숙련도가 떨어지는 데다 의사소통마저 원활하지 않아 조업중 안전사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조업중 손가락 절단 사고로 헬기 수송을 요청했던 울진선적 홍게잡이 어선도 승선 정원은 10명이었으나 선원을 구하지 못해 7명만 승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승선원 7명 가운데 2명이 외국인 선원이었고 이들은 홍게 조업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울진근해자망 어선 선장 이모(56)씨는 “최근 동해안 대부분의 어선들의 선원을 구하지 못해 승선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출어하고 있고 그나마 경험도 없는 외국인 선원들로 충원하고 있다”며 “특히 어선의 조업은 업무강도가 세고 장시간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선원수가 부족하면 피로가 누적돼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게잡이 어선 선장인 김모(63)씨는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지면서 외국에서 몰려온 선원들이 많아 선주들은 선원을 확보해도 경영 악화로 고심하고 있다”고 이중고를 실토했다.

/김두한·장인설기자

    김두한·장인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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