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부분이 해상에 먼저 닿아 순식간 충격으로 탈출 불가능”
전직 헬기 조종사 “달빛도 거의 없는 어두운 상황서
목표물을 상실해 추락했을 가능성 커 보인다” 분석
“뜨자마자 꼬리부분 불빛 꺼져” 목격자 진술 설득력 더해
유도등·참조물 없는 상황서 야간비행 진행 사고 부른 듯

응급환자 구조에 나섰던 소방 헬기에 탑승했던 구조대원과 선원들은 왜 아무도 탈출하지 못했을까. 책임 소재 규명 등을 위해 향후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가장 큰 의문점이지만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수색 진행 상황 브리핑을 통해 실종자 시신 발견과 함께 헬기 동체와 꼬리가 완전히 절단된 채 90m가량 떨어져 있다고 3일 공개했다. 실제 이날 인양된 헬기도 동체와 꼬리가 완전히 분리돼 있었고 동체 앞부분도 심하게 손상돼 있었다.

전직 군 헬기 조종사인 김모씨(62)는 “인양된 헬기의 사진으로 봤을 때 헬기 꼬리 부분이 해상에 먼저 닿았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는 ‘버티고(vertigo·혼란)’일 가능성이 크다”며 “사고 난 날은 달빛도 거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독도 헬리포트에서 이륙한 헬기가 목표물을 상실해 추락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헬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할 경우 낮에는 계기판과 육안으로 어느 정도의 고도를 확인할 수 있지만 어두운 밤이면 유도등과 참조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계기판은 이착륙 시 매우 불안정해 어느 정도 고도나 일정시간이 지나야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은 음력 10월 4일로 서쪽에서 낮게 뜨는 초승달만 바다를 비추었고 주위엔 고깃배도 거의 없는 매우 어두운 상태였다고 한다. 단순히 헬기의 계기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헬기 추락을 목격한 독도경비대 관계자도 “헬기가 바다 쪽으로 뜨자마자 꼬리 부분에서 불빛이 꺼졌다”고 진술하면서 김씨의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고 헬기는 지난 2016년 노르웨이에서 프로펠러가 동체와 완전히 분리돼 추락하면서 13명이 숨지는 대형 사고를 일으킨 기종으로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인양된 동체의 프로펠러는 그대로 달려 있었다.

앞서 김씨의 주장과 인양 기체에서 드러난 상황을 종합하면 헬기 꼬리 부분에 돌아가는 프로펠러가 해상에 닿으면서 동체가 큰 충격을 받고, 이로 인해 헬기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가 ‘버티고’를 주장한 이유로는 “소방헬기가 환자를 태운 독도 헬리포트에는 착륙을 유도하는 조명은 있지만 이를 벗어나면 바다와 하늘을 구분해줄 유도등과 참조물이 전혀 없다”면서 “이것은 베테랑 조종사에게도 매우 위험한 해상 비행 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사가 달린 위급한 상황이 아닌 구조 활동에 구급대원들의 생명에 위협될 수 있는 이런 비행을 명령한 지휘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도가 아닌 그나마 유도등과 어선 등의 참조물이 많은 울릉도에서 환자 수송을 진행했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씨의 주장처럼 ‘버티고’상황에서 헬기가 해상에 추락했을 경우 탑승자 모두가 헬기 추락을 몰랐고 순식간에 헬기에 큰 충격이 가해져 탈출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무리한 운항이 없도록 상황에 맞는 출동 체계와 안전운항 수칙을 강화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급상황에 맞는 응급구조 활동 적용은 물론 해상 헬기포트에 경우 육지와 동일하게 이·착륙 유도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사고 헬기의 비상부주장치의 작동 여부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전날 이 헬기에도 비상부주장치가 달려있고 작동여부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조사위에서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사고 헬기 인양 사진을 본 김씨는 “해상 비행을 목적으로 하는 헬기에는 보통 물에 뜨는 기능인 플로트(float)라는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면서 “보통 장착 위치는 동체 아랫부분으로 인양된 동체로 봤을 때 플로트는 정상 작동된 것으로 보이지만 동체 아래 일부분만 터진 것으로 보이며 이것으론 장시간 동체를 수면에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손병현기자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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