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와 집돼지는 원래 같은 종이다. 개와 늑대가 같은 종인 것처럼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돼지의 후손이 멧돼지로 생태계를 유지한다. 우리 말로 산을 뜻하는 뫼를 앞에 붙여 깊은 산속에 기거한다고 멧돼지라 불렀다.

멧돼지는 보통 몸길이 1.5m 정도며 몸무게 50∼280㎏ 정도 된다. 몸무게가 300㎏을 넘는 대형 멧돼지도 있다. 목은 짧고 주둥이는 매우 길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무기로 쓴다. 화가 나면 등의 거친 털이 뻣뻣하게 선다. 깊은 산 활엽수가 우거진 곳에 살며 토끼와 들쥐, 개구리 등도 잡아먹는 잡식성이다. 덩치에 비해 놀라운 스피드를 갖고 있어 매우 위협적이다. 그러나 호랑이와 늑대가 천적이다. 특히 호랑이가 즐겨 먹는 먹잇감이다. 조선 후기만 해도 무분별한 벌목으로 민가 주변의 민둥산이 많아 멧돼지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쟁 후 정부의 산림녹화 정책으로 전국의 산이 울창해지면서 개체수가 다시 증가했다. 우리나라에는 약 35만 마리의 멧돼지가 서식 중이라 한다.

최근 전국 대도시가 느닷없는 멧돼지 출몰로 고심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할 것 없이 멧돼지가 떼를 지어 나타나 자동차나 상가점포 등을 마구 부수고 달아난다. 대구서도 지난 11일 오후 5시쯤 서구 상리동에 인근 와룡산에서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멧돼지 8마리가 출현,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짝짓기 철을 앞둔 멧돼지의 왕성해진 먹이 활동 탓이라 한다. 그러나 멧돼지는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옮기는 주범으로 알려져 우리를 더 불안케 한다.

최근 ASF 영향으로 돼지값이 폭락, 축산농가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멧돼지의 도심 난동이 더 얄미워 보인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