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인재영입과 당내 쇄신에 한창이다. 조국 사태가 조 장관의 자진사퇴로 끝난 직후인지라 여야의 행보는 더욱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 와중에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행보를 지켜보노라면 중국 고사에 나오는 ‘오십보백보’를 보는 듯하다.

먼저 조국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조 전 장관 지키기’에 올인했던 더불어민주당의 한발늦은 사과 기자회견이 구설수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3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보니,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이 점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번 일은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오만한 권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검찰개혁을 향한 우리 국민들의 열망도 절감하게 됐다”고 궁색한 해명도 함께 내놨다. 이 대표가 조 전 장관 사퇴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사과한 것은 당 지도부가 조 전 장관 옹호로 일관해 민심과 괴리된 길을 갔다는 일부 초선 의원들의 책임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 의원은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무기력해진 책임의 상당 부분이 이해찬 당대표에게 있다”며 이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민주당내 더 이상 다른 메아리나 반향은 없었다. 민심이나 여론에 무신경한 민주당 내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났다.

광화문 촛불시위와 국정지지도에 반영된 민심탓에 조국 사태의 늪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자유한국당 사정도 녹록치 않다. 조국 사태가 마무리된 직후 조 전 장관 공격에 앞장섰던 유공자를 표창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자유한국당이 이번에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인재영입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았다. ‘공관병 갑질’논란이 있었던 박찬주 전 대장 영입이 적절치 않다는 여론의 반대에 부딪친 것. 박 전 대장 영입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은 조경태·김광림 의원 등 최고위원들이 민심의 동요를 이유로 보류를 건의했고, 황교안 대표가 건의를 받아들여 결국 영입이 보류됐다. 내년 총선에서 외연확장이 절실한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20, 30대 젊은 청년들의 반감을 산 박 전 대장을 고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가 뒤늦게 받아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장은 지난 2013∼2017년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고 텃밭관리를 시키는 등 가혹한 지시를 했다는 혐의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은 바 있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당의 내부 비판 기능은 살아있다는 평가는 다행이지만 당 분위기 쇄신에 앞장설 만한 인재에 목마른 데다 당내 여론수렴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한국당의 사정이 딱하다는 생각이다. 이러니 다음 선거땐 오십보백보의 행보를 보이는 두 정당 가운데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하나 그저 고민스런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