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들도 때로는 어머니를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섬들도 때로는 어머니를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 등록일 2019.10.31 18:42
  • 게재일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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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수 권

눈 그쳐 햇빛 좋은 날

격포의 등대 끝에 나와 보아라

너무 오래된 이름 하나 지우고 싶어

섬들은 순백의 알들로 깨어나 한목소리 내어

어머니를 부르고 있구나

어느 할미새가 날아오다 잃어버린 전설인지

희고 둥근 다섯 개의 알들은 물 위에 떠서

한 목소리 내어 저렇게 어머니를 부르고 있구나

위도는 북극에서 온 고슴도치의 알

여도는 너의 자궁 속에서 흘러나온 알

형제도는 물 위를 건너던 쌍봉낙타의 알

비안도는 허공을 미끄러져 날던 기러기의 알

우도는 백제승 마라난타가 서해를 건너다

잃어버린 하얀 망아지의 알

아이스크림처럼 혀끝에서 잘도 녹는 섬들

저렇게 깨끗이 오래된 이름 하나씩 지우고 싶어

한 목소리 내어 어머니를 부르고 있구나

부안 격포 주위에 떠 있는 위도, 여도, 형제도, 비안도, 우도라는 섬의 이름은 인간의 관념이 반영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시인은 그 섬들의 오래된 이름을 지우고 ‘알’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 붙이고 있음을 본다. 눈 내려 하얗게 덮인 섬들을 순백의 알로 표현한 것이다. 시인의 서정성 깊은 그윽한 혜안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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