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2년 되도록 깜깜소식
범대위 등 3천여명 국회 앞 시위
툭별법 연내 제정 강력히 촉구
여야 정치권 만나 항의 표명도
민주·한국당 법안 대립은 여전
합의안 무산 땐 책임공방 ‘격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연 집회에서 포항 시민들이 특별법 조기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두고 여야가 좀처럼 절충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30일 포항시민들이 조직한 ‘포항 11·15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이대공 김재동 허상호 공원식)’가 국회와 청와대에서 상경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3천여명의 포항시민들이 상경해 시위에 참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버스 30여대와 KTX 등을 이용해 서울로 왔으며, 포항 출향인들도 대거 참석해 힘을 보탰다.

범대위와 포항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은 이날 낮 12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포항지진은 인재’ ‘국회는 특별법제정 약속 즉각 이행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국회는 한시라도 빨리 지진특별법을 제정, 실질적인 배상책을 마련하라”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범대위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이 밝혀지면서 여당과 야당 등 국회는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며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국회 행태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국회까지 반드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인사말을 허용한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인사는 “여기가 국회의원 유세장이냐”며 “국회의원에게 연설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왜 연설하도록 했느냐”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한 집행위원도 “이 자리는 국회의원, 국회의원 후보자 유세하는 곳이 아니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냈다.

더 나아가 한국당 김정재(포항북) 의원에 대한 성토도 잇따랐다. 집회에 참석한 한 인사는 “포항지진 특별법은 여당의 협조가 절실하고, 여당의 협조 없이는 특별법 통과가 힘들다. 민주당이 특위를 제안했을 때 받아들였어야 했다”면서 “결과론적으로 김 의원이 여권과 협력을 하지 않고, ‘상임위’ 논의만 고수해 포항지진 특별법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범대위 한 관계자 역시 “첫 단추를 잘못 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상임위 논의만 고수할 게 아니라 정부와 여당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민주당이 제안한 특위를 받았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왔으나 김 의원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말을 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범대위 위원장들은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민주당 홍의락(대구 북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한국당 박명재(포항남·울릉)·김정재 의원을 만나 ‘포항지진 특별법이 우선 처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한국당은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 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가 김기선 의원이다. 우선적으로 빨리 쟁점을 좁혀보라고 말하고, 꼭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여야가 논의해 단일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야 지도부는 원론적 측면에서는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각론격인 포항지진 특별법 내용을 놓고는 서로 부딪히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을 수용한다고 한국당이 제안해주면 법 제정이 빨라질 수 있다. 범대위 차원에서 한국당을 설득해달라”고 말하자, 공원식 공동위원장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 위원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각당이 발의한 법안을 절충해, 포항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김정재 의원의 입장을 듣고 싶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김 의원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역정가에서는 포항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포항지진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거나 또는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이 무산되면 이에 따른 책임론이 강하게 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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