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순대
피순대

지례순대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피순대& 아바이순대와 머리 고기

‘수제순대’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식재료 비용과 더불어 인건비 때문이다. 식당 종업원들도 힘든 일은 피한다. 순대 만드는 일은 힘들다. 대부분 ‘공장제 대량생산’ 순대를 내놓는 이유다. 순대 및 머리 고기 수육, 뼈를 우린 국물까지. 죄다 수제다. 맛이나 가격 모두 넉넉하다. 제법 수북한 순대 한 접시, 머리 고기 수육 작은 것이 1만 원, 큰 것은 2만 원이다. 잘 곤 국물은 덤이다. 두 사람이 순대나 머리 고기 한 접시만 주문해도 제법 넉넉할 듯하다.

‘지례순대’의 메뉴판.
‘지례순대’의 메뉴판.

이른 새벽 3시 무렵에 주인 남자가 직접 순대를 만든다. 순대는 두 종류다. 대창 순대는 피순대다. 유명한 전주 남문시장의 피순대와 흡사하지만, 오히려 낫다. 좋은 피를 많이, 가능하면 100% 사용한 것이 좋은 것이다. 텁텁한 식감의 피순대는 별미다.

 

수육.
수육.

막창 순대는, 흔히 ‘함경도 아바이순대’라고 부르는, 채소, 곡물 등이 잔뜩 들어간 것이다. 경북 김천의 작은 시장통 가게에서 함경도 식 아바이순대와 전주식 피순대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것은 재미있다. 외부, 다른 이의 손을 빌리지 않고 경력 30년의 주인 남자가 직접 만든다.

국물도 수준급이다. 돼지 사골을 비롯하여 3가지 정도의 뼈를 섞어서 곤다. 잡내가 나지 않는다. 쭉 들이키면 희미한 곡물 냄새가 난다. 정갈하게 곤 국물이다. 국물 음식을 주문하거나 순대, 수육을 주문하면 이 국물을 마실 수 있다.

 

한상 차림, 수육.
한상 차림, 수육.

‘황금시장’은 재래시장이다. 시장의 기능은 많이 약해졌다. 순대 집들은 성업 중이다. ‘보람이순대’ ‘황금순대’ ‘장군순대’ 등이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곳들. 대부분 직접 순대를 만들거나 수육을 만진다. ‘지례순대’도 황금시장 안에 있다.
 

사진 왼쪽은 식당 전경.
식당 전경.

기차길옆오막살이

갱시기, 음식이면서 추억이다… 복고풍을 만끽하며

무지했다. ‘갱시기’가 ‘갱식’에서, 갱식은 다시 데워먹는 ‘更食’인 줄 알았다. 갱시기는 ‘羹食(갱식)’이다. 국물이 있는 음식, 국밥 같은 음식이다.

갱시기는 신 김치에 식은 밥을 넣고 끓인 것이다. 돼지고기, 콩나물, 두부를 넣어도 된다. 다 끓인 후, 김 가루를 뿌려도 좋다. 갱시기치고는 업그레이드, 화려한 버전이다.

‘기차길옆오막살이’서 맛보는 추억의 음식 갱시기
‘기차길옆오막살이’서 맛보는 추억의 음식 갱시기

절대 빈곤의 시절은 아니라도 늘 뜨거운 밥에 반찬을 챙길 수는 없었다. 국물이 있는 음식, 그러면서 별다른 반찬 없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바로 갱시기다. 갱시기의 시작은 보잘것없지만, 그 진화는 놀랍다. 갱시기는 김치찌개로 발전한다. 돼지고기, 두부, 콩나물 등을 넣는다. 때로는 햄, 소시지나 마른 생선도 넣는다.

갱시기는 추억의 음식이다. ‘기차길옆오막살이’는 추억의 음식 갱시기를 파는 곳이다. 음식과 더불어 추억을 내놓는다. 가게 분위기도 복고풍이다. 멀리 기찻길이 보이고, 기찻길과 가게 사이에는 너른 들판이 있다. 가게 안팎에도 추억이 하나 가득하다. 고르지 않은 모양의 크고 작은 장독, 그릇이 있다. 꽃들도 나란하지 않다. 들쑥날쑥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실내도 70~80년대 복고풍이다.

음식 맛은 굳이 따지지 말자. 갱시기는 갱시기 맛일 뿐이다.
 

‘중국만두’의 만두.
‘중국만두’의 만두.

중국만두
만두가 아니라 포자, 소룡포를 내놓는다

동네 이름보다 ‘김천 아랫장터에 있는 만둣집’이라고 말하면 더 빨리 알아듣는다. 10평 언저리의 작은 가게다. 메뉴는 만두와 찐빵 두 종류. 대부분 만두를 주문한다. 가게 이름이 ‘중국만두’. 화상노포다. 예순을 넘긴 노부부가 운영한다. 바쁜 주말에는 가끔 아들인 듯한 젊은 남자가 일을 거든다.

‘중국만두’의 만두는, 정확하게는, 바오쯔[包子, 포자]다. 그중에서도 소룡포자, 소룡포(小籠包)에 가깝다. 소룡포라 하지 않고 ‘가깝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소룡포는, 중국 상해의 남상(南翔, 난샹) 것이 유명하다. 흔히 ‘남상소룡포’라고 부른다. ‘소룡’은 작은 나무 찜통이다. 나무 찜통에 일정량의 포자를 넣고 쪄내면 소룡포다. ‘중국만두’는 작은 가마솥에서 쪄낸다. ‘소룡’은 아니다. 포자를 빚을 때 제일 위 끄트머리 부분을 보자기 묶듯이 틀어 올린 것이다. 북경, 천진 등의 ‘천진구부리포자’가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이유가 있다. 작은 나무 찜통, 가마솥 부분을 제외하면 상당히 맛있는, 수준급의 포자, 소룡포다.

가마솥에서 쪄내기 전의 ‘중국만두’집의 만두들 .
가마솥에서 쪄내기 전의 ‘중국만두’집의 만두들 .

“만두가 너무 늦게 나온다” “30분 혹은 한 시간 기다렸다”는 불평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미리 준비하는 것은 반죽뿐이다. 포자를 위한 반죽은 발효,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날 반죽하여 숙성한 다음, 다음날 사용한다. 만두 속도, 물론, 미리 준비해야 한다. 돼지고기, 부추, 양파, 생강 등을 잘 다져서 섞어두어야 한다.

주문을 받은 후, 만두를 빚는다. 바깥주인은 주방 안쪽에서 연신 만두피를 민다. 잠시도 쉬지 않고 하나하나 만두피를 빚는다. 안주인은 만두 속을 채우고, 일정량이 되면 가마솥에서 쪄낸다. 테이크아웃 용 만두를 포장하거나 작은 홀에 만두를 내놓는 일도 안주인 몫이다. 계산대나 손님 응대도 모두 안주인의 몫이다.

주문 후, 피를 밀고, 만두를 빚고, 쪄낸다. 바로 만든 음식은 맛있다. 업력이 상당히 긴 노포다. 소룡포 같은 포자가 10개 5천 원이다(2019년 10월 기준). 음식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을 수 없다. 전국구 만두 맛집이 된 이유다.

 

‘조일복집’의 전경.
‘조일복집’의 전경.

조일복집
겉절이 비빔밥과 더불어 먹는 복국 한 그릇의 행복

대단한 수준급의 복어탕이나 복국을 기대한다면 가지 말 것. 내륙 도시 김천에서 복어 전문점(?)을 만나다니, 라고 생각하면 가볼 것.

복집이지만, 복어가 중심이 아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저래기’라는 표현이 있다. 무생채, 나물 겉절이 등을 이르는 말이다. 비빔용 겉절이, 저래기가 나온다. 겉절이로 밥을 비빈 후 복국을 한 그릇씩 떠서 국물 삼아 먹으면 된다. ‘겉절이 비빔밥+복국’의 형태다. 가격이 싸다. 1만 원 이하다.

부일산채식당 비빔밥.
부일산채식당 비빔밥.

70년 가까이 버틴 이유가 있다. 복국을 내륙 식으로 바꿨다. 이 지역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겉절이 비빔밥과 복국을 같이 내놓는다. 쪽파 썬 것과 새우를 무쳐서 내놓는 음식도 특이하다. 새우젓갈이 아니라 마른 새우를 쪽파와 무친 것이다. 양념 겸 비빔 나물이다.

창업주에게서 며느리로 전승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음식 만지는 일에는 얼씬도 못 하게 했다”고 말한다. 며느리는 긴 세월 동안 그릇 씻는 일, 청소, 정리하는 일만 도우면서 기다렸다. 음식 만지는 일은 10년이 채 되지 않지만, 곁에서 지켜보며 눈으로 음식을 익힌 세월은 수십 년이다.
 

 

‘일직식당’과 ‘서울식당’. 황악산 직지사 아래 산채비빔밥 타운에 있다.
‘일직식당’과 ‘서울식당’. 황악산 직지사 아래 산채비빔밥 타운에 있다.

맛집 타운 2곳:직지사 아래 산채비빔밥 타운& 지례돼지불고기촌

김천에는 두 곳의 큰 맛집 타운이 있다. 관광객들도 자주 들르는 곳들이다. 단체로 찾는 이들도 많다.

황악산 직지사 아래에는 산채비빔밥, 산채비빔밥 정식을 내놓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 업력 50~60년을 내세우는 집들도 제법 있다. 음식은 큰 차이가 없으나 상을 받으면 비빔용 채소나 반찬 등의 맛이 각각 다르다.

‘부일산채식당’은 이 지역에서도 노포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깔끔한 맛의 산채비빔밥이 좋다. 정식은 2인분 이상만 가능하다. 뜬비지가 이 가게의 특징이다. 다른 곳 뜬비지에 비해서 곰삭은 구수한 맛이 돋보인다. 비지는 두부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이다. 콩의 주요 영양분을 뽑아내고 남은 것이다. 별맛이 없다. 이 비지를 한 차례 띄우면(발효, 숙성), 뜬비지가 된다. 가난한 시절의 음식이지만 영양가도 높고 구수한 맛이 돋보인다.

‘지례식육식당(한마음농장)’ 생고기.
‘지례식육식당(한마음농장)’ 생고기.

산채비빔밥 타운 안의 ‘일직식당’이나 ‘서울식당’ 등도 노포다.

‘지례흑돼지타운’은 김천시 지례면의 특산물 흑돼지로 불고기 등을 내놓는다. 역시 2~3대 전승, 50~60년 된 노포들이 많다.

‘지례식육식당(한마음농장)’, ‘장영선지례원조불고기’ ‘현구삼대원조불고기’ 등이 유명하다. 모두 2~3대 전승된 노포들이다. 소금구이 스타일의 비교적 맑은 맛의 돼지고기와 고추장, 매운 양념의 불고기가 모두 가능하다.

현구삼대원조불고기.
현구삼대원조불고기.

흑돼지는 새로운 품종이 아니라 오래전 품종을 복원한 것이다. 크게 자라지 않아 찾지 않던 품종을 복원했다. 비계와 고기의 밀도가 높다. 특히 지방 부분이 차진 맛이 특징이다. 여러 명이 가면 먼저 소금구이를 주문하고 마지막에 양념 불고기를 먹는 것이 요령. 양념의 경우, 단맛이 강하다. 고기 맛을 가린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음식평론가 황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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