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정말 제발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필자는 교육개혁만큼은 제발 당·정·청이라는 특정 이데올로기의 침범을 받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그런데 현실은 언제나 필자의 기원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공정이라는 말에 갇혀버린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이 국민을 핑계로 교육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틀 안에 가두고 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뉴스 제목이 있다. ‘특목고 일괄폐지’ 고교 평준화로 방향 잡은 고교서열화 해소! 고교서열화가 왜 생겼는지 대통령은 정말 모를까? 교육 붕괴의 주범은 대학서열화인데, 왜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할까?

사회 모든 분야 중에서 가장 순수해야 할 분야는 교육이다. 어느 나라든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따라 그 나라의 미래가 결정된다.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지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국민들의 삶의 질도 높고, 더불어 국가의 미래도 밝다. 반대 이야기 또한 항상 참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안타깝게도 당연히 후자다. 학생들의 교육행복지수는 늘 세계 최하위이다. 그러기에 국민들의 삶의 질 또한 높지 않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출산율이다. 출산율 0%대! 출산을 포기한 사람들은 “희망은 없고, 오로지 소모성 경쟁만 존재하는 이런 끔찍한 사회에 아이를 살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런 불행한 삶은 우리만으로도 충분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에 어떤 부정도 할 수 없다.

나라의 희망이어야 할 교육이 해가 거듭될수록 절망의 축이 되고 있으니, 출산율 0%대가 아니라 출산 수 0명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최근 결혼을 하거나 결혼을 앞 둔 지인들은 필자의 이런 슬픈 예감에 대해 증인으로 자처하고 나섰다. “선생님 도저히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지금과 같은 교육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를 좋아하던 제자의 말에 필자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대통령이나 정치인 교육부 장관은 이런 사정을 알기나 할까? 일개 범부인 필자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돌아가는 교육 이야기는 만담(漫談)보다 더 웃기다. 대학 입시가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정상적인 국민 여론 수렴 한 번 없이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대입제도를 바꾸겠다고 우왕좌왕하는 이런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대입 무시험 전형”을 그렇게 외치던 이해찬 대표는 왜 다음과 같은 대통령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은 알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라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통령은 능사가 아닌 줄 알면서 왜 이 나라 교육을 더 혼돈스럽게 만들까? 0교시 부활 등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혼란을 예상 못하는 걸까? “수능성적 비관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뉴스가 벌써부터 들리는데, 오로지 총선에 목매달고 있는 당정청 사람들에겐 남의 일인 것 같다.

“당정, 수도권 대학 정시 확대 검토”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대학서열화를 더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 말은 학생들을 입시 지옥으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정말 대통령의 악수(惡手)가 이번에도 꼭 거둬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